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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Oct 24. 2024

【소설】
놀러 오세요, 담담 놀이터에 #6.

손바닥 놀이


 8.


 "…. 분명 먼지에 거미줄에…. 장난 아닐 거야."


 문 앞에선 유연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열리거나 혹은 부서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은 낡은 문도 문이지만 집 전체를 둘러싼 덩굴이며 잡초며, 거미줄까지…. 뭐하나 성해 보이는 곳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 오래인 곳이었다.


 "혹시 이 문을 열자마자 생쥐 가족이 뛰쳐나오면…? 아니야.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멧돼지? 아니지. 그건 현실과는 거리가 좀 있지. 그럼, 바퀴…. 벌레!? 에이…. 설마…." 유연은 문고리를 잡고 몇 분째 망설였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유연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문을 열었다. 순간 뽀얀 먼지가 눈앞에 일었다. 급히 입을 막았지만, 기침이 나는 것을 막기엔 이미 늦었다. 겨우 먼지가 가라앉을 때쯤 유연은 문턱을 넘어섰다.


 "어? 생각보다 깨끗하잖아? 이 집이 빈지가 언젠데?"


 의아한 마음에 집안을 둘러보던 유연의 시선에 무언가 휙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뭐... 였지?"


 유연의 머릿속엔 방금 떠올린 쥐며 멧돼지며 바퀴벌레가 슬롯머신처럼 그려졌다. 양팔을 머리 위로 휘젓는 것도 모자로 유연은 세차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집안을 둘러보았다. 웬만한 가구며 집기 위에는 모두 투명하고 두꺼운 비닐이 덮여 있었다. 아마도 집을 비우기 전 할배나 할머니가 했을 것이었다. 그냥 처분해도 될 것을…. 당신께선 아직 그럴 용기가 없었던 것이리라. 유연은 짐작했다. 유연은 괜히 가구 위로 손을 뻗어 조금씩 손길을 남겼다. 먼지 때문인지 손자국이 선명히 남았다. 유연은 눈 쌓인 자동차 유리창에 이름이며 유치한 문구를 적던 어린 날을 기억하며 이곳저곳 손바닥 자국을 남겼다.


 "내가 지금 여기서 죽으면 경찰들이 이걸 다잉 메시지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수사는 혼선을 빚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닮은 사설탐정이 와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왓슨, 자네는 그저 보기만 할 뿐이야. 나는 관찰한다네."

 

유연은 누가 듣지도 않는데 혼자 연극을 펼쳤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 놀던 유연의 시선에 아주 작은 손바닥 자국이 보였다. 그 자국은 너무나 작아 마치 어린아이, 혹은 어린아이 귀신의 손바닥 크기만 했다. 게다가 희미하지만, 손바닥 자국 안에는 붉은색 흔적도 함께 있었다. 말하자면 피가 줄줄 흐르는 손으로 이곳을 짚은 듯한. 그래서 난 손바닥 자국처럼 보였다. 유연은 벽에 몸을 붙였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추리 소설을 보면 보통 그렇게 했다. 각을 하나라도 줄이는 게 나으니까. 유연은 옆에 있던 걸레 막대를 들고는 천천히 옆으로 이동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이상하게 한기가 느껴졌다. 마치 영혼이 지나가면 느껴진다는 그런 한기였다. 유연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대로 머물러 있기엔 아직 붉은 손바닥 자국과 너무 가까웠다.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편이 현명해 보였다. 유연은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자 한기는 더 깊어졌다. 심지어 유연의 목덜미까지 그 기운이 전해졌다. 유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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