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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윽고 슬픈 독서가 Oct 27. 2024

【소설】
놀러 오세요, 담담 놀이터에 #7.

귀신의 집


 "저기요."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유연의 짐작이 맞았다. 놀이터로 쓰이던 투여서인지 아이 귀신이 있던 것이다. 유연은 최대한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돼…. 됐어요."


 아이 귀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저기, 언니…." 유연은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주인이라 생각하고 왔지만, 사실은 객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눈은 꼭 감은 채로.


 "무슨 사연인진 모르겠지만, 사실 여기가 저희 엄마가 살던 곳이거든요. 그러니까 불만이 있으시면 하늘에 계신 우리 엄마한테 말씀을…." 유연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바닷바람이 들어왔다. 한기의 정체였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유연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언니?"


 목소리는 아래쪽에서 들렸다. 유연은 고개를 내렸다. 그곳엔 아이 귀신이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세 명의 아기 귀신이.

 털썩 소리와 함께 유연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어떻게 됐어? 또 기절했어?"


 "누나, 나무귀신 얘기는 언제 하면 돼?"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렇지?"


 "응. 그렇네."


 8.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덕기는 현관을 들어서면서부터 티를 냈다.


 "보람찬 하루 일은 역시나 힘들구나. 안 그래 여보?"


 유진은 그런 덕기를 보면서 무표정하게 말한다.


 "겨우 반대가리만 하고 와서 힘들긴. 죽는소리는 그만하시죠?"


 아내의 미지근한 반응에 덕기는 손을 씻고 와 주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오랜만에 다리 넘는 손님을 만났는데 어떻게 계속 일을 하나. 위험하게스리."

 유진은 냉장고에서 맥주 캔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동시에 두 캔을 딴 뒤, 컵 하나엔 한 개 반을, 나머지 한 개에 반을 채웠다. 반 정도 찬 컵이 덕기의 몫이었다.


 "다리를 넘었다고? 관광객?"


 유진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걸 안 물어봤네."


 덕기는 한쪽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아차 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걸 안 물어보고 그럼 뭘 물어보셨대?"


 덕기는 맥주를 커피처럼 한 모금 홀짝였다.


 "내가 보포리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요주의 인물들까지, 쫙 설명해 줬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아니겠어? 말이야! 바른말이지…." 유진은 덕기의 입을 막는다. 충분히 합을 맞춘 연기자들처럼 덕기는 입을 다물었다. 유진은 맥주잔을 덕기의 잔에 홀로 부딪히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랜만이네."


 "응?"


 덕기가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 다리를 건너는 사람 말이야."


 유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겁도 없이."


 덕기는 이상하게 오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번 더 맥주를 홀짝였다.


 "근데 우리집 겁 없는 애들은 어디 갔어?"


 유진이 도마 앞에서 칼을 잡으며 말했다.


 "어디긴. 거기 갔겠지."


 덕기는 유진을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 거기. 그럼 돌아오려면 멀고 멀었네? 그렇지?"


 유진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으려는 덕기. 유진은 아까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겁도 없이."


 덕기는 얼른 뒤로 물러서며 장난치듯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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