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단골로 가던 참치집 실장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해동해 놓은 참치가 그날 다 팔리지 않으면, 혹은 이튿날까지도 다 팔리지 않으면 남은 참치는 어떻게 하나요?"
답변은 의외로 심플했는데, 재냉동을 시킨다는 거였다. 재냉동을 하면 약간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하다고..
왠지 손님을 기만하는 것 같아 그러면 안될 것 같지만, 거긴 그냥 동네 참치집이니 그러려니 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재냉동해서 먹어도 괜찮을까?
여기 남은 참치가 있다. 참다랑어 속살(아카미)이다.
숙성된지 15시간이 지난 뒤라 부드럽게 휘어진다. 이걸 재냉동해보기로 했다.
냉동시킬 때 다른 참치와 붙어버릴 수 있으므로 종이호일로 감싸주었다. 일반 가정용 냉동고인 영하 20도로는 안될 것 같고, 초저온 냉동고를 사용했다.
영하 60도..
며칠 냉동시킨 후 꺼내 보았다. 냉동 상태에서 봤을 땐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시 염수 해동으로 해동시키고 10시간을 숙성시켰다.
어떤 모습이었을까?
음? 이게 정말 재냉동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상태는 꽤 괜찮았다.
색깔이 약간 변한 것 같긴 하지만 이 정도 색감은 해동&숙성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할만한 수준이다.
속살을 보아도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맛은 약간 다른 것 같았다. 냉동/해동을 반복해서 조직이 많이 뭉개진 건지 아카미 특유의 약간 쫀득한 맛은 거의 없다. 스르륵 녹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재냉동이 아니라 숙성을 이틀 정도 시켜도 이 상태와 비슷해진다. 사실상 이 정도는 그냥 손님상에 내놓아도 눈치 못 채지 않을까?
내가 먹고 있는 참치가 재냉동된 참치라면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지만, 업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남은 참치를 재냉동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식 장사의 최대 난제가 재고 처리라는데, 참치집 사장님들은 참 고민이 많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