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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May 03. 2016

100일간의 참치횟집 운영기

집에서 지인들을 대상으로 주명횟집이란 이름으로 참치횟집을 운영한지 100여 일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 횟집 문을 닫으려 한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한시적으로만 운영할 생각이었고, 사다 놓은 참치만 다 소진되면 그만 둘 생각이었다. 아쉽기도 시원하기도 한 순간을 후기로 남겨보기로 했다.


올해 1월 초 XTM 수방사(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에 출연하면서 우리 집은 횟집 컨셉으로 변경되었고, 이번 기회에 지인들을 대상으로 참치집을 운영하게 되었다.



어떻게 운영했나?

사전 예약제로 한 번에 3~5명 정도를 받았고, 1인당 가격은 35,000원이었다. 메뉴는 따로 없고, 주는 대로 먹는 오마카세 방식이었다. 평일에는 퇴근 후 손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8시쯤 손님들이 오고, 10~11시쯤에 클로즈 했다.

보통 한 주에 1~2팀 정도의 손님들이 방문했다.



어떤 메뉴를 했을까?

스끼다시가 거의 없고 오로지 참치만 제공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쉽게 질릴 수 있어서 최대한 메뉴를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우선 손님이 오면 미소장국을 드린다. 사실 미소장국은 이번에 처음 만들어봤는데 별거 없더라.ㅎㅎ


그리고 바로 참치를 내어드린다. 손님들이 참치를 드시는 동안 요리를 준비한다.


요리는 그날그날 약간씩 다르긴 했지만, 보통 타다키와 마구로즈케(간장절임 참치) 그리고 생선구이를 냈다.


이제 머리를 준비한다. 사실 머리 해체는 쇼에 가깝다. 딱히 먹을만한 양이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머리 자체의 단가도 높지 않다.(참치집에서 귀한 손님이라고 머리 주는 거에 괜히 감동하지 말자.ㅋㅋ)


이 와중에 참치는 계속 리필을 해 준다. 어차피 그 날 준비한 참치를 모두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리필이라고 해서 딱히 싼 부위로 바뀌거나 그럴 일은 없다. 무한리필은 아니지만, 손님의 80% 정도가 참치를 남기고 갈 만큼 넉넉히 준비했다.


마끼(김말이)도 만든다. 사실 마끼는 내가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다. 이상하게 김말이는 아무리 해도 예쁘게 안되더라. ㅎㅎ. 차라리 오이 군함을 만들면 좀 낫다. 하지만 오이를 항상 구비해 놓을 수 없어서 가끔씩만 했다.


가끔 집에 오이, 당근 같은 재료가 있을 땐 데마끼도 만들거나, 참치를 다져서 만든 사르르 참치도 했었다.


마지막 메뉴는 인당 라면 반개씩이다. 느끼한 참치를 먹고, 라면을 먹으면 이것만큼 잘 어울리는 게 또 없다.



돈 좀 벌었을까?

사람들한테 가장 많이 듣던 말이었다. 돈 좀 벌었냐고. ㅋㅋ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말할 수 있다.

손.해.봤.다.ㅋㅋ


100일간 참치집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배웠던 건 왜 참치집은 그 정도 퀄리티밖에 나올 수 없는지를 이해하게 됐단 거였다. 모든 음식점은 재료값이 소비자가의 30% 정도여야 한다고 한다. 즉, 1만 원짜리 밥을 먹으면 실제 재료비는 3,000원인 거고 그 외에 임대료, 직원 월급, 세금, 부대비용이 3,000원 정도를 차지하고 실제 마진은 3,000~4,000원 이내가 된다. 따라서 35,000원짜리 참치를 먹으면 실제 참치와 재료비 가격은 12,000원 정도여야 한다.

한 명이 먹는 참치의 양은 대략 300g 정도로 잡을 수 있는데, 위 사진 속의 아카미는 100g에 1만 원가량한다. 물론, 난 도매급으로 구매하였으므로 거의 60~70%로 다운된 가격이었지만..


주로 사용한 참치 부위는 눈다랑어 뱃살, 눈다랑어 등살, 참다랑어 속살이었는데 이 부위로 준비를 하고, 무순이나 무, 채소, 레몬, 단무지, 초생강, 고등어살 등 재료까지 합하면 재료값이 2만 원을 넘게 된다. 소비자가의 70% 정도가 재료비가 되었다. 업소처럼 도매가로 재료를 일괄 구매할 수 없고, 그때그때 마트에서 조금씩 사다 보니 재료값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참치 냉동고를 가정에서 쓰다 보니 누진세가 붙어 전기세도 무시하지 못할만한 수준이었다.


사실상 횟집을 더 이상 유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건 참치 냉동고였다. 겨울엔 괜찮았는데, 기온이 올라가면서 냉동고는 영하 58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 자주 돌고 전기세는 그만큼 더 나왔다. 여름이 되면 아마도 수십만 원의 전기세 폭탄을 맞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무엇을 얻었나?

참치집 운영의 가장 큰 목적은 경험이었다. 실제 참치집을 운영하려면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얼만큼의 양을 준비하면 몇 명의 손님을 커버할 수 있는지, 참치 도매가 구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런 것들을 배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정도 익혔다.

언젠가 정말로 참치집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절반 정도의 준비는 해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100여 일 동안 총 77명의 지인분들이 방문해 주셨다.

남의 집에 방문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텐데, 인당 35,000원에 달하는 참치값을 지불하고도 흔쾌히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용인해준 아내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방문 인증 사진을 모두 남기진 못했지만, 한 분 한 분 정말 고마웠고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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