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생선 외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민물고기를 먹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민물고기도 민물고기 나름!
쏘가리나 메기처럼 육식성에 성격이 포악한 것들은 바다 고기에 견주어 맛이 손색이 없다. 비록 날 생선으로는 먹지 못하지만 바다 생선 매운탕에 못지 않은 민물 생선 매운탕을 먹어보자.
정말 오랜만에 저수지 낚시를 갔다. 몇년만인지도 모르겠다. 바다 낚시를 즐겨한 이후로 민물 낚시 도구는 모두 버렸기 때문에 아는 친구의 채비를 빌려서 했다.
저수지 낚시의 목적은 주로 붕어나 잉어지만, 난 메기를 잡고 싶었다. 어차피 붕어 잡아봤자 별로 먹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난 메기나 빠가사리 따위를 잡아서 매운탕을 끓여 먹고 싶었다.
드디어 날이 어둑어둑해지며, 메기를 잡을 수 있는 밤이 왔다.
그리고 짠~
이렇게 메기 한마리를 잡았다.
메기를 집에 데려왔다. 뱀처럼 미끈한 몸체와 긴 수염이 매력적이다.
미안하지만 이제 죽어줘야겠다. 칼로 배를 찌르고 내장을 꺼냈다. 근데 계속 움직인다. 뭐 곧 잠잠해지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왠걸? 10분이 지났는데도 발버둥을 친다.. 헐..
내장을 제거한채 이렇게 덮어두고 20분을 기다렸으나.. 여전히 아가미는 움직이고 만지려고 하면 발버둥을 친다. 정말 끈질긴 생명력은 인정해 줘야겠다. 미안. 메기..
매운탕을 준비해보자. 민물고기 특성상 비린맛이 강하기 때문에 잘 잡아주어야 한다.
우선 다시마/멸치팩과 무우를 넣고 한참 끓여서 육수를 낸다.
고추가루 3큰술, 고추장 1큰술, 된장 1.5큰술, 다진마늘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정도에 물을 약간 붓고 양념장을 만들어 준다.
이제 메기를 손질해 보자.
메기의 지느러미는 가위로 미리 잘라주고, 내장은 제거하고 물로 잘 씻어주었다.
아....
낚시로 잡은거라 입이 좀 찢어져서 피멍이 들었다.
미안.. 너무 그렇게 순진한 눈으로 쳐다보면.. ㅠ.ㅠ
적당히 4등분 정도를 해주었다.
육수를 어느정도 끓였으면, 다시마팩은 버리고 메기와 양념장을 넣고 5~10분 정도 팔팔 끓여 준다. 간은 소금으로 조절한다.
어느정도 끓으면 야채를 넣어준다. 야채는 아래와 같이 준비했다.
야채는 취향따라 다른걸 추가해도 되고, 수제비를 넣어도 좋겠다.
대파 한움쿰, 청량고추 1개, 호박 반개
마지막으로 미나리를 수북히 올려주면 끝이다. 쑥갓이 있다면 같이 올려줘도 좋겠다.
비록 한마리지만 살이 통통해서 먹을게 많고, 잔뼈가 없기 때문에 발라 먹기도 편하다.
마치 갈치를 보는 듯한 비주얼이다. 물론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가 약간 나긴 하지만, 육식이기 때문에 피래미나 붕어의 그것에 비하면 훨씬 덜하다. 민물고기 매운탕의 레시피는 비린내와 흙내를 가리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메기든 쏘가리든 왠만한 민물고기는 비슷한 방법으로 요리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