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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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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May 10. 2023

28. 일상기록-9

2023.5.10.

월요일에는 미뤄두었던 돌접종 1차를 하고 왔다. 아기는 이제 곧 15개월을 앞두고 있으니 한참이나 늦은 접종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돌 무렵부터 아기는 2주에 한 번 꼴로 열을 동반한 감기와 중이염에 걸렸다. 2주 전에는 수족구였다. 소아과에서는 아직 아기가 낫지 않아서 접종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접종 일자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주 화요일, 중이염과 수족구 완치 판정을 받았다. 바로 접종을 하고 싶었지만 예약이 꽉 차있었기 때문에 접중을 이번주로 미뤘다. '또 아프지는 않겠지?' 조마조마하며 병원에 데려갔다. 다시 중이염이 재발했단다. 하지만 약을 먹을 정도로 심한 단계는 아니라서 다음 주에 돌접종 2차를 맞으러 갈 때 다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한숨 돌린 셈이다.


1차 접종을 하며 접종 간호사님이 다음 접종 일정표를 안내해 주셨다. 돌접종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구나. 다음 달까지 빼곡하게 채워진 접종 일정표를 보니 '지금쯤이면 병원 안 가도 괜찮은 정도인가?'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했다. 그리고 설명을 받으며 숙제도 하나 받았다. 일본 뇌염은 백신 종류가 세 가지나 되니까 다음 주 접종일까지 정해서 오라는 거였다. 일본뇌염 백신은 사백신과 생백신이 있다. 사백신은 가장 많이 맞고 오랫동안 한 백신으로 약이 조금씩 들어가지만 5차까지 맞아야 한다고 한다. 생백신은 두 가지가 있는데 무료 백신과 유료(7만 원) 백신이 있고 2차까지 있다고 했다. 대신 약이 많이 들어가고 생백신을 선택할 경우, 무료 백신보다는 유료 백신을 선호한다고 하셨다. 이후에 검색하면서 보니 생백신을 맞는 경우는 유료 쪽의 안정성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병원에서 간호사님이 설명도 자세히 해주셨고 나름대로 검색을 해보기도 했지만 사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아기 첫 BCG 접종할 때도 피내용과 경피용이 있다고 해서 어려웠고, 로타텍도 올해부터는 무료지만 작년엔 유료여서 약간 부담되는 마음이 들었었는데. 육아는 늘 정답이 없는 문제를 오롯이 보호자가 결정해야 한다는 게 참 어렵다.




병원에서 2주 전에 키와 몸무게를 쟀는데 오늘 또 재보자고 했다. 얼마나 컸겠어? 하고 재봤더니 키는 1.2cm나 컸고 몸무게도 0.2kg  늘었다. 어쩐지 요즘 잘 먹더라니. 12개월-13개월 사이는 먹는 것마다 뱉어내서 나를 그렇게 애태우더니 14개월인 요즘은 삼시세끼 다 유아식으로 든든하게 먹으면서 간식을 하루에 5번 찾는다. 오늘도 아침에 감자수프, 간식으로 사과 1/4쪽을 먹고 등원해서는 어린이집에서 오전간식, 점심, 오후간식을 든든하게 먹었단다. 심지어 점심은 식판 싹 비우고 리필한다고 한다. 집에 와선 키위 1개를 먹고도 튀밥을 달라고 해서 조금 먹더니 저녁은 늦게 먹고 마지막으로 목욕 후 우유 1잔 원샷하고 잠에 드셨다. 그러다 보니 응가도 하루 세 번 거뜬하게 뽑아내고 틈틈이 물도 잘 마신다. 늘 살이 안 붙고 입이 짧아 고민인데 복직하고 일했던 기간 동안 우리 집에 오셨던 시터님 말씀대로 우리 아기는 양이 적은 아기지 식욕이 적은 아기는 아닌가 보다.




5월이지만 일교차가 크고 우리 동네는 바닷가에 있어서 바람이 많이 분다. 그래서 아기는 옷을 어떻게 입혀야 하나 늘 고민이다. 특히 내가 약간 계절감이 부족한 사람이라 아기 낳기 전엔 사시사철 반소매 원피스에 외투만 다르게 입었던지라 아기 옷을 어떻게 입혀야 할지 혼란스럽다. 누가 이 정도엔 이렇게 입히라고 코칭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린이집 어린이날 행사 사진이 키즈노트에 올라왔길래 다른 아기들은 어떻게 입나 자세히 관찰해 봤다가 빵 터졌다. 같은 교실에 있는 아기들인데 어떤 아기는 한겨울 복장이고 어떤 아기는 한여름 복장이더라. 딱 봐도 겨울내복에 조끼까지 입은 아기랑 벌써부터 메쉬 반소매 반바지 입은 아기가 한 자리에 있는 사진을 보니 그래 정답은 없구나 싶었다. 그 속에서 우리 아기는 7부 간절기 내복을 입고 있었으니 중간은 했다 싶었다. 


옷에 대한 또 다른 고민 하나는 어디에서 옷을 사 입히냐의 문제다. 예전에 내가 글로 쓴 적이 있었나? 나는 물건이 적은 편을 선호해서 옷이 그리 많지도 않고 옷을 자주 사지도 않는다. 그런데 아기옷은 그런 게 불가능하다. 순식간에 쑥쑥 크는 데다 하루에 옷을 서너 번은 갈아입으니 계절이 채 가기도 전에 넝마자락이 되는 내복을 사는 건 너무 지루한 쇼핑의 여정이다. 예전엔 출산 선물로 내복이 많이 들어왔는데 특히 어른들은 아기들은 쑥쑥 크니까 접어 입히라며 큰 옷을 선물해 주셨다. 결국 그 옷들은 아직 옷이 맞기도 전에 각종 얼룩들과 세탁기 건조기를 수없이 거치면서 넝마자락이 되어 버려지게 됐다. 그래서 이제 한철 입힐 가성비 좋은 내복 찾아 삼만리를 하게 되었다. 어떤 곳은 예쁘긴 한데 빨래 몇 번 하면 보풀이 올라오는 재질이고 어떤 곳은 통통한 아기 기준인지 입히면 바지 고무줄이 줄줄 내려와서 바짓가랑이가 발에 밟힌다. 어떤 곳은 소재는 괜찮은데 막상 사보니 무늬가 너무 촌스럽다던지 어떤 곳은 막상 입혀보니 슈퍼 쫄쫄이 옷이라서 아기 몸매가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던지. 와 너무 어렵다. 결국 이번 여름 내복도 세 군데에서 샀으나 한 군데만 성공했다.


외출복의 경우엔 조금 더 문제가 심각한데, 감사하게도 주변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간간이 옷 선물을 해주지만 오랫동안 입히라고 너무 큰 사이즈의 옷을 선물해 준다. 우리 아기는 이제 90이 넉넉하게 맞는 정도인데 110의 옷을 선물 받고 교환이 어려울 때가 가장 난감하다. 특히 시즌에 정가 주고 산 옷인데 아기가 이 옷을 입을 수 있을 때쯤엔 이월에 이월 상품이 되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 어쨌든 이런 문제로 정작 선물 받은 옷들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큰 쇼핑백 한편에서 아기가 입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실리카겔을 넉넉히 넣어놓았으니 부디 입기도 전에 옷이 상하는 일 없이 때가 되면 예쁘게 입힐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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