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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Nov 05. 2018

23. 초겨울, 따끈한 죽 한그릇

단호박죽과 함께

언니네 텃밭에서 꾸러미가 왔다. 그중에 하나, 단호박 죽을 해먹으라며 단호박 한 개가 우리 집에 왔다. 언제 해 먹을까 잠시 묵혀두고 있다가 추위가 갑자기 심해진 날 떠올랐다. 오늘 메뉴는 죽이다.


나는 죽을 좋아한다. 흑임자 죽처럼 고소하고 잔잔한 죽부터 야채죽, 전복죽, 매생이죽, 팥죽 같은 익숙한 죽부터 크림죽, 낙지김치죽 같은 죽 요리점에서 내놓는 다양한 죽 모두 사랑한다. 가끔 결혼식이나 모임이 있어서 뷔페에 갈 때에도 그 곳의 죽은 모두 한 그릇씩 맛을 본다. 꾸덕한 질감과 부드럽게 넘어가는 따뜻하고 고소한 느낌이 참 좋다. 비슷한 맥락으로 스프도 좋아한다.


그래서 가끔 죽 생각이 날 때면 집에서도 죽을 해먹을 때가 있다. 은근하게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서 자주 해먹지는 못하지만. 이 날도 그런 날이었다. 오늘은 특히나 새알을 넣은 죽이 먹고 싶었다. 새알을 듬뿍 넣은 단호박죽을 해먹어야지! 하고 퇴근 길에 찹쌀가루를 사 왔다. 꾸덕함을 내기 위해 죽에도 넣고, 새알도 만들기엔 찹쌀가루가 딱이다.




요즘엔 '새알 단호박죽' 처럼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검색만 하면 요리왕들의 노하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또는 단촐한 요리재료를 대체할 수 있으면 대체해가며 내 식대로 요리하곤 한다. 제멋대로인 레시피라 어떤 부분을 빼 먹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하지만 괜찮다. 시간이 좀 걸려도 다음에 만들 땐 더 맛있게 만들겠지.


요리 재료
단호박 1개, 찹쌀가루, 소금, 물엿, 물
요리 도구
큰 칼, 찜기, 큰 냄비 2개, 수저, 반죽할 큰 그릇, 전기포트, 전기 믹서기, 가스렌지

대부분 설탕을 넣는다는데, 나는 어쩐지 물엿이 맛있어서 물엿을 넣는 편이다. 단호박을 손질하기 전 전자렌지에 돌린다는 사람들도 있다더라. 하지만 나는 전자렌지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불편하긴 하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할만 하다. 단, 단호박은 작아야 한다.


1. 단호박 1개를 여러 등분으로 잘라서 속씨를 빼낸다.

- 이때, 단호박이 작아야 자르기가 쉽다. 나처럼 전자렌지가 없거나, 한끼만 먹을 1인가구는 작은 단호박을 쓰자. 단호박 1개면 밥그릇 2-3회 분량이 나온다.



2. 여러 등분 낸 단호박을 찜기에 넣고 푹 삶는다.

- 그 동안 새알 반죽을 하고 새알을 다 만들 때 쯤이면 단호박이 다 익어있다. 여러 등분을 내야 빨리 익는다.


3. 찹쌀 가루에 끓는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익반죽을 만든다.

- 찹쌀 가루 한컵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에 고운 소금을 두꼬집 정도 넣고 한다. 전기포트가 있다면 전기포드에 물을 끓여서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만들면 된다. 수저로 잘 섞어주다가 어느정도 뭉치면 깨끗한 손으로 잘 치대주면 된다. 요리왕들의 노하우를 읽어보니 손에 안 붙을 정도로 치대주면 된다고 한다. 손에 붙으면 너무 질어서 그런거니 찹쌀가루를 더 묻혀야 한다고. 이때 주의할 점은 처음에 물을 너무 많이 부으면 반죽이 질어서 새알을 너무 많이 만들게 된다는 점..



4. 반죽을 굴려서 새알을 만든다.

- 익반죽을 끓여서 다시 찬물에 넣고... 그런 과정이 없어도 새알이 작으면 잘 익는다. 남은 찹쌀 가루와 새알을 한 번에 넣어줘도 괜찮다.



5. 단호박이 다 익었다. 꺼내서 껍질을 잘라내자.

- 껍질 부분만 잘라서 다른 냄비에 옮겨 담는다. 껍질은 아까우니 다음날 간식으로 먹어도 맛있다.


6. 단호박 속과 뜨거운 물 반컵 정도를 넣고 믹서기로 간다.

- 나는 핸드믹서를 가지고 있다. 바로 냄비에 넣고 갈 수 있어서 편하기도 하고 요리를 자주 하지 않아서 그정도면 충분하다. 아까 전기 포트에 끓인 물이 남아서 함께 갈았다.


7. 소금, 물엿, 새알과 찹쌀가루를 모두 넣고 약불로 끓인다.

- 소금은 두꼬집, 물엿은 펑펑 넣었다. 단호박은 달아서 단호박이니까!! 새알과 찹쌀 가루를 한 번에 넣고 들러붙지 않도록 국자로 살살 저어가며 끓여냈다. 이때 아래에서부터 위로 퍼올리듯 저어야 새알이 안 뭉친다.



8. 맛있게 먹는다.

-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좋다. 요리가 내 마음에 쏙 드는 날은 기분도 좋고 맛도 좋으니까. 오늘 저녁 뭘 해먹을까 고민된다면 오늘은 따뜻한 죽 한 그릇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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