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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Aug 16. 2018

세 번째/ 서울 나들이

공간에 따라 바뀌는 것들

너 먹고 싶은 걸로 골라봐.

두 달 만에 친구와 만났다. 가끔 꿩이랑 마주치는 삶을 사는 나와 달리 친구는 스무살 때부터 상경을 해서 서울 번화가를 지도앱 없이 다니는 도시인이다. 서울에 올라가기 전 뭘 할지 정할 때 친구는 내가 평소에 sns 안에서만 보던 곳들을 안내해 주곤 한다. 그리고 가게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는 내게 너 먹고 싶은 걸로 2인분 골라보라며 배려를 해준다.


빙수집에 도착했는데 웨이팅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행히 내가 웨이팅 1번이고 내 뒤로 네 팀이 더 온 20분 뒤에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37도나 되는 바깥에 있다 들어가니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연남동 빙수집에서 먹은 녹차 팥빙수

달콤씁쓸한 빙수를 먹으며 이게 소문으로 듣던 그맛이구나 감탄했다. 나 살던 곳에서도 이런 빙수를 팔았던가? 여기까지 고생하며 찾아온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있고 분위기도 예뻤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이용시간이 따로 있는 사실이 아쉬웠다.


친구가 두 번째로 소개해 준 데는 가지튀김 맛집이었다. 가지를 어떻게 튀기는 거지? 아무리 시도해도 가지에 튀김옷이 잘 묻어나지 않던데! 튀김옷은 어떻게 이렇게 바삭한 거야? 한참을 감탄하며 먹었다.


연남동 중식당에서 먹었던 가지요리. 모든 테이블 사람들이 먹고있다.

나오는 길에 보니 조금 일찍 들어갔던 우리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역시 인기있는 곳은 다르구나 하면서 우리 동네 가게들이 생각났다. 내가 사는 곳도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라 줄을 서서 들어가는 곳이 있다. 하지만 그런 곳은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유명한 가게니까. 어디를 가도 뭔가를 먹으며 단체 손님 아닌 이상 예약을 해본 적도 없고 대기시간 웨이팅은 더더욱 해본 적 없다. 심지어 일요일은 대부분의 음식점이 문을 닫아서 외식 하기도 어렵다.


친구가 “너희 동네에는 어떤 맛집이 있어?”라고 물었다. 저번에 부모님과 여행 갔을 때 내가 추천해준 음식점이 맛있었다면서. “여기도 여기만의 맛집이 있지. 제철 해산물 파는 막회집이 신선해. 어선이랑 직접 연결되어 있거든. 여기 와서 알게 된건 원래 김은 겨울이 제철이래. 우리 외할머니께서 간장, 된장을 직접 담그시듯이 젓갈을 직접 담가 드시는 분들도 있고.”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사는 동네도  타지 사람들에게는 재미있어 보이기도 한다.



새로운 곳,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은 확실히 서울이 많고 선택지도 넓다. 나름 시간 여유가 생길 때마다 보고 싶은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것을 먹어보고, 기대했던 전시나 체험을 하는 등 올 때마다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큰 동네. 나 사는 곳도 특색 있고 즐거운 일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인프라의 부족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특히 서울 다녀와서 내가 살던 동네로 돌아오면 그 특유의 적막함이 묘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이번에도 우리 집 코앞에 와서까지 뭔가 우울한 마음이 들어 집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그냥 내 일상으로 돌아온 것 뿐인데 그냥 내가 누릴 수 있는여러 기회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사실 별거 아닌 거 같은게 제일 별거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친구와 갔던 카페, 음식점, 가게들, 지나가다 마주쳤던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며 폰 사진첩을 뒤적였다. 다음엔 무엇을 할까. 다음에 올라갈 땐 겉옷을 뭘 입게될까 망설이겠지? 다음엔 좀더 여유있게 시간 만들어서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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