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좀 돌아왔나? 아침 산책을 가기 전 예전에 입던 옷이 맞길래 몸무게를 재봤다. 저번에 잴 때보다 살짝 더 나가지만 지난 반년 동안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며 조금씩 몸무게가 빠지고 있다. 임신 전 몸무게까지 1-2kg 남은 듯하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특별한 다이어트 없이도 몸이 이전으로 돌아가려 하는구나 싶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임신 31주 차에 나는 직장에서의 과로로 조기진통이 왔다. 임신 막바지가 직장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고 병원에서는 누워있으라고 했지만 진단서도 없이 어떻게 집에서 누워있나? 게다가 출산휴가를 미리 쓰기는 아직 이른 시기였다. 몸이 이상하길래 출근하지 못하고 병원에 갔다가 그대로 3주를 입원했다. 퇴원하고 나서도 화장실과 밥 먹을 때 빼곤 누워서 버티다가 예정일을 8일 정도 앞두고 무사히 출산했다.
가장 살이 많이 찐다는 시기에 드러누운 탓에, 그리고 아기가 작다는 말에 열심히 먹고 열심히 누워있었고 결국 출산까지 15kg이나 쪘다. 퇴원 후 먹던 아달라트 때문에 필라테스까지 하며 만들었던 근육도 싹 빠져버렸다. 팔과 다리 가슴과 배에 남은 튼살은 덤이었다. 나는 그렇게 많이 쪘고 분만일도 정상적이었지만 아기는 몸무게가 적은 편이었다. 다른 아기들은 오동통 팔다리에 타이어가 있던데 우리 아기는 접힌 살 보기도 힘들다. 지금까지도 키에 비해 몸무게가 적어 덜 먹을 때는 속이 탄다. 왜 나만 찌고 넌 안 찌는 거니.
자연분만으로 낳아서 병원에서 2박 3일, 조리원에서 14박 15일을 있었고 그 시기에 몸무게가 많이 빠지길 기원했지만 생각보다 쭉쭉 줄지는 않았다. 그동안 겨우 반이나 빠졌나. 배는 여전히 임신 6-7개월 같았다. 살이 쪄서 전에 입던 옷들을 모조리 못 입었고 그나마 신축성이 있던 운동복과 딱 그 시기만 입을 줄 알았던 2-3만 원짜리 임부복들만 입고 다녔다. 2년 내내 입을 줄 알았다면 옷에 돈 좀 쓸걸 그랬다. 살이 많이 쪄서 몸에 대한 스트레스도 큰데 옷도 허름하니까 더 속상했다. 외출해서 다른 아기 엄마들을 보면 몸이 다 돌아온 것 같은데 나는 임신 전에 이미 과체중이어서 그랬나. 바람 빠진 풍선 같은 몸이 된 것 같았다.
살도 살이지만 관절도 문제였다. 발목 팔목 팔꿈치 어깨허리 골반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병원을 다녀도 그때뿐이고 몸이 아프니까 시작한 운동은 관절 통증이 더 심해져서 그만뒀다. 봄에 조금 다니던 유아 차 산책은 여름이 되면서 그만뒀다. 집에만 있으니 더 죽을 맛이었다. 병원에선 걸어야 낫는다던데 그런 여유가 가능한 사람이 있긴 했던가?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은 가고 가을이 오고 아기와 하루 두 번 유아 차 산책을 나간다. 빙글빙글 매일매일 돌았던 곳을 또 돌고 도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다녀서인지 요즘 허리와 골반은 덜 아프다. 팔목과 팔꿈치 어깨는 8kg 넘는 아기를 매일 들고 있으니 나을 새가 없지만 적어도 허리가 아파 새벽에 끙끙대며 잠에서 깨는 일은 사라졌다. 이제 조금 나아가는 건가? 하지만 요즘 아침저녁으로 날이 추워졌다. 유아 차 방풍커버 덕에 외출하고 돌아와도 아기 몸은 따뜻하지만 이제 더 추워지면 바깥 산책도 어렵겠지? 지루하다고 느꼈던 산책마저 또 사치일 것 같아 조금 우울해졌다.
유아 차 산책을 하며 몇 개월 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속상한 마음을 풀어놓아봤다. 친구는 그래도 회복을 향해 가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아기도 네가 얼마나 애쓰며 먹이고 그 덕에 건강하게 자라지 않냐며 한껏 기운을 불어놓아 줬다. 혼자 가라앉지 않고 붙잡아 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임신 전엔 미처 몰랐지만 임신으로 바뀐 몸이 그나마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아기 돌 즈음에 가까워서란다. 출산 후 8개월에 이 정도 몸이면 회복이 된 건지 만 건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기운 내서 잘 먹고 잘 움직여보자. 관절과 몸무게가 제자리를 찾을 즈음엔 내 정신건강도 조금 회복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