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유튜버 이야기> Chapter2. 유튜버 이야기
"지금까지 여행 가 본 곳들 중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이 질문에 거의 늘 첫번째로 꼽는 여행지, 발리. 도시보다는 자연을, 그 중에서도 바다를 가장 사랑하는 나에게 발리는 환상적인 여행지였다. 배를 타고 한적한 바다에 나가 하루종일 수영을 즐길 수도 있고, 석양이 물드는 저녁 바다를 보면서 맥주 한 잔 하는 삶이란 정말 최고였으니까.
그렇지만 발리 여행이 더 특별했던 건 함께했던 친구들 덕분이다.
나는 첫 여행부터 쭉- 대부분 혼자 여행하며 영상을 만들어왔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 동행하는 일도 흔하다는데, 나는 그런 인연도 거의 없었다. 혼자가 익숙하기도 했고, 혼자여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을 포기하지 못한 탓이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함께 여행할 친구들을 찾기로 했다. 그것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구독자들 중에서. '
영상은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매주 뼈를 깎다시피하며 영상을 만들어 보내드리지만, 형체가 없는 영상만으로는 구독자분들에게 가까이 가 닿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시도해보았었는데, 낯을 꽤나 가리는 성격 탓에 어색한 미소만 짓다가 끝나버렸다. 조금 더 편안하게 함께할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답이 여행이었다.
해피새아 채널의 구독자들 중에는 여행하는 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행을 해본 적은 없지만 동경하거나, 시간이 없어 당장 떠날 수 없지만 영상으로 대리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쨌든 모두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여행일정 짜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여행지를 정하고, 항공권과 숙소를 검색하고 최적의 일정을 만들어보았다. 계획을 다 세운 뒤에는 일정을 공개하고 신청을 받았다. 5분만에 수십 명이 신청하기도 했다. 신청한 모두와 함께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만큼 다음 여행을 기대하는 구독자분들도 생겼다. 그렇게 '햎새투어'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지금까지 발리-춘천-리장-대만-뉴욕까지 총 다섯 번의 구독자 투어를 열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몽골-포르투갈 등 다른 투어도 예정되어 있었다. 가이드가 함께하는 여행사의 정식 투어는 아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해피새아 채널의 구독자 친구들은 만나보면 서로서로 꽤나 닮아있었다. 성향이나 취향, 가치관 같은 것들이 비슷해서일까. 게다가 여행은 '여행'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모두를 인생 친구로 만들어버리곤 하니까. : )
이제는 나를 빼고 자기들끼리 만나기도 하는 친구들, 나는 이 소중한 친구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힘을 얻게 됐는지 모른다. 처음부터 해피새아 채널의 원동력은 구독자 친구들이었다. 해파리(해피새아 채널의 구독자 애칭) 친구들이 없으면 해피새아도 없음을 너무나 잘 안다. 구독자분들에게 내가 좀더 가깝게, 좀더 확실하게 줄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시작했던 여행을 통해, 나는 조금의 사랑을 나누고 그 이상의 사랑을 받았었다.
상황이 괜찮아지면. 꼭. 또. 함께해야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