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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대 Jun 01. 2022

앵두 따는 날

오늘 아침 집수리차 오셨던 분이 일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마당의 앵두를 보고 내게 물었다.

"사장님. 앵두 조금만 따가면 안 될까요? 우리 집 딸애한테 줄려고요."

누구나 한 번 쓱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그냥 떠오르게 하는 그런 앵두가 주렁주렁 달렸다.

내가 대답했다.

"아! 예! 얼마든지 따 가십시오. 비닐봉지 드릴게요."




우리 집에는 앵두나무가 세 그루 있다.

한 그루는 집 마당에, 또 한 그루는 집 뒤편 텃밭 입구에.

그리고 마지막 한 그루는 텃밭에서 가장 구석진 가장자리에 있다.

구석자리에 있는 그 녀석은 이런저런 사연으로 두 번이나 뿌리내린 땅에서 떠나 지금 자리에 온 까닭에 작년에는 쭉정이 열매만 맺고 제대로 된 앵두 열매는 한 알도 맺지 못했다.

그 녀석이 그리 된 것은 나의 탓이었으므로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있었으나 다행히 올해는 이른 봄부터 가지도, 잎도 왕성히 성장하여 어느새 빨갛게 반짝이는 열매를 여럿 달고 늠름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늘은 앵두 따는 날이다.

수확 멤버는 나와 둘째 딸이다.

올해는 유난히 앵두가 많이 달렸다.

텃밭 입구에 있는 녀석은 앵두 무게로 인해 가지가 땅을 향해 활처럼 휠 정도이다


둘째 딸이 이야기했다.

"아빠. 시골에서 사는 거 참 괜찮은 거 같아요. 이렇게 앵두도 따고."



내가 이야기했다.

"그렇지~~~ 우리 따지만 말고 한 번 먹어보자."

쌔콤 달콤하게 기찬 맛에 딸아이가 몸서리를 치면서 탄성을 질렀다.

"우왕~~~ 정말 맛있다."

앵두를 따먹다가 내가 이야기했다.

"나무도 좋아하겠다. 몸이 가벼워져서"

딸아이가 맞받아쳤다.

"맞아요. 몸 좀 가볍게 해 줘야 돼요."

손으로 가지를 쓱쓱 훑으면서 따니까 금세  한 가득이다. 



텃밭 입구에 있는 앵두나무 앞에는 달래 꽃도 피었다. 참 좋은 날이다.

딸아이 말처럼 시골에 사니까 참 좋네.

앵두를 따니까.

같이.



<앵두>

나는 붉어요

빨간 게 아니라 붉어요

정말 붉다고요

연두와 초록을 넘어왔지요

다 왔어요

더 갈 곳이 없다는 걸 아니까요

여기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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