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코로나 위기로부터 붙잡는 기회

마음은 여유롭게 몸은 분주하게

by 새별

2021년 상반기는 내일로 끝이다. 시간이 정말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은데, 벌써 하반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N 잡러로 살고 있는 나는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 것인가?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 삶이 안정적일 때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힘을 쓰고 현재를 즐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나는 안정적인 직장에 있었던 3년 동안, 요리의 즐거움과 식물 기르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일 끝나고 집에 와서 무엇을 해 먹을까, 오늘 이파리가 얼마나 자랐을까 기대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여유가 없다면 느끼기 어려운 행복을 맘껏 누렸다.


반면, 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게 되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게 된다. 안정적인 상황일 때는 만나기 어려웠던 열정적인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다. 목표를 향해서 이토록 열심히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주변 친구들 하나 둘 자기 자리를 찾아서 취업할 때, 나 자신은 서류 통과도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혹독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은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남들은 다 자기 옷을 찾아가는데 그저 누워만 있다가는 계속 뒤처지기만 할 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열심히 대학생활했는데 왜 나는 친구들처럼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결과가 그랬다. 그럼 나에게 맞는 옷은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서 만들어낸 콘텐츠가 나의 생계가 된 일은 너무도 신기한 일이다.


삶에 굴곡이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가 싶다. 위기라는 것은 '새로움'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내가 갖고 있었던 것이 오래된 것이니 새로운 것으로 바꿀 때가 되었다고.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 경험, 인간관계 그 모든 것들이 이제 수명을 다하였으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새로운 장을 펼칠 때가 되었다는 신호.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위기는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안정적이고 무난한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그럴 때가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안정적일 때가 있고, 위기에 봉착할 때가 있고, 현재를 즐길 때가 있고, 미래를 기대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지금 어떤 때냐고 물으면 '새로 태어날 때, 배울 때, 정리할 때, 돌아볼 때'라고 말하고 싶다. 객관적으로 '위기'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과거에 이뤘던 성취들이 존재할 뿐, 현재의 내가 만들고 있는 것들은 아직 꿰어지지 않았다. 위기 상황에 어쩔 줄 모르던 20대와 달리 30대가 된 나는 객관적 위기 상황임에도 평온하다. 그저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해야겠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겠다,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할 뿐이다. 지금까지 모은 이 퍼즐 조각들을 어떻게 하면 잘 조합하고 정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나는 20대의 위기 경험으로,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게 나온 산출물은 성공 함정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번아웃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부끄러움의 상징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20대의 절박함이 아니라 30대의 여유가 더해진 산출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꾸준함 외에 별달리 방도가 없다. '그냥 하면 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해? 그게 누적이 되면 내 기술이 되는 거지'. 김연아 선수가 스트레칭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했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무던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위기 상황이긴 하지만 나를 독촉하거나 재촉하거나 닦달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콘텐츠는 보는 사람도 어딘가에 쫓기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마음은 여유롭게 그러나 손과 발은 무던히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결국은 그냥 하라는, 나이키 슬로건과 똑같은 말이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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