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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Dec 18. 2023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서평

삶이 혼란스러운 나와 당신에게  

 불교를 단적으로 요약하면 "쓸데없는 일에 고민하지 말고 당장 해야 하는 일을 해라." 정도 된다. 물론 불교는 아주 오묘하고 복잡하다. 이천 년 동안 지속되며 발전한 논리와 체계, 주제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전반적인 경구와 말들을 볼 때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것에 어떤 대답을 남겼는지 정도는 유추해 볼 수 있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은 이러한 필자의 생각을 더 확고히 해주고 살을 붙여주었다. 물론 이 책을 쓴 저자와 필자 모두 불교의 전문가는 아니다. 책의 소개 글에 따르면 저자인 '야마나 테츠시'는 와사다대학교에서 중퇴 후 편집자로 일했으며 서구 사상의 전문가-학위 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다. 하지만 그가 쓴 책은 30년간 일본의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았다고 한다. 상업적인 성공이 책의 가치, 품질과 정비례하진 않는다. 하지만 한순간의 유행이 아니라 30년간의 스테디셀러라면, 한국의 불교 전문출판사인 불광출판사의 손길을 거친 책이라면, 최소한의 보증 정도는 되어주지 않을까?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은 제목 그대로 반야심경의 해설서다. 가장 먼저 보이는 특징을 뽑자면 책이 무척 읽기 쉽다.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운 단어는 최대한 배제한 듯하고, 철학적인 용어는 옆에 괄호까지 쳐가며 설명해 준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이라고 적혀있지만, 평소에 인문학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다. 


 반야심경은 불교의 고대 경전 중 하나다. 석가가 직접 지은 것은 아니고, 제자들의 기억을 토대로 그가 한 말을 기록한 것이다. 불교의 텍스트 중 석가가 직접 쓴 것은 없다. 즉 반야심경은 그의 본래적 의도가 가장 잘 반영된 것 중 하나다. 그는 인생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며, 이런 괴로움은 이론·사변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실천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도를 살려 이 책도 최대한 실천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전달해 간다. 석가가 말하길, 그는 알지 못하는 상황(무명, 無明)에서 벗어나는 것이 곧 반야의 지혜를 성취-해탈이라 보아도 무방하다.-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럼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여러 답변이 나올 수 있는데, 개인적으론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선 반야심경의 첫 구절인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을 불교의 정수가 집약되어 있다고 평한다. 전자는 "모양 있는 것은 공하고 공은 모양 있는 것을 만들고 있다."로 후자는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수행할  인간은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섯 요소는 모두 실체가 없음을 확실히 알고 일체의 괴로움을 극복했다."로 번역된다. 사실 실질적인 의미의 차원에선 별 차이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여하튼, 풀어서 설명할 차례다. 


 우선 공, 허, 무등이 불교 등의 동양 사상적 전통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서양적인 전통에서,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공空, 허虛, 등은 'nothings'따위로 생각된다. nothing은 무無다. 이런 해석을 불교에 대입하면 삐그덕거릴 수 밖에 없다. 허나 공등의 표현은 '존재가 없다.'라기 보단 '인식 혹은 감각되지 않는 것'들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불교에서 공이란 모든 것이 상호의존·연관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게 연기설이다.-이다. 


 흔히 생각하는 '자아'도 이런 연기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는 나가 아니라 다른 현상들을 원인으로 하는 특정한 현상들의 집합일 뿐이다. 불교에서 무아란 이런 의미를 지닌다. 이것을 깨달으면 스스로와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며 세상을 바꿀 수 있고 괴로움도 없앨 수 있다. 즉 반야의 지혜다. 책 역시 이러한 실천적 메시지로 귀결된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에는 저자가 직접 직장 생활을 하며 겪었던 일화들을 예로 들며 불교의 주요 개념들을 설명하고 글을 전개한다. 이 글에선 세세한 것들은 꽤 잘라냈는데, 당연히 책의 내용은 훨씬 자세하고 훌륭하다. 


 



 필자는 기독교인임에도 불교를 꽤 선호하는 편이다. 깊게 공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교와 만나고 나서 삶이 꽤 바뀌었다. 최소한 스스로 생각하기엔 긍정적인 쪽으로. 삶이 혼란스러워 갈피를 잡기 힘든 사람에게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반야심경』를 권하고 싶다. 읽고 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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