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그놈만 잘 되는 걸까

by 쌤작가

승호와 명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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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학에 입학한 승호와 명수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공과대학 같은 과로 진학하였고 대부분의 수업도 같이 듣고 도서관에서 공부도 같이 하는 절친이다. 어김없이 시험기간은 다가왔고 둘은 함께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나 열역학 시험을 치러 들어가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둘은 식은땀을 흘렸다. 공부했던 내용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처절한 전략 실패였다. 결국 명수는 답이 아님을 알면서도 공부했던 내용이라도 끄적끄적 쓰고 나왔고 승호는 시험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고 제출했다.


시험을 마치고 풀이 죽은 명수는 승호를 기다렸다. 홀가분하고 밝은 모습으로 시험장에서 나오는 승호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 명수는 승호에게 물었다. “시험 잘 쳤어?”“하나도 못쓰고 백지로 냈어”깔깔 웃으며 승호가 대답했다. “그런데 넌 지금 웃음이 나와?”명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핀잔을 주었다. 투닥거리며 함께 도서관으로 간 둘은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명수는 오늘 망쳐버린 시험 때문에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그전에 공부하지 않고 술 먹으며 날려버린 시간들에 대한 후회와 자책이 밀려왔다. 나머지 과목들도 시험을 잘 못 쳐서 학점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겨우 받고 있던 장학금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고 명수는 그 생각들에 그저 휩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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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승호는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오늘 망쳐버린 시험은 이미 머릿속에서 잊은 지 오래였다. 그저 다음 시험공부에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다가올 시험을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현명하고 분명한 대안임을 승호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 덕에 중요한 곳에만 마음을 쓸 수 있었다. 결국 다음 시험에서 명수는 불안에 휩싸인 채 시험을 망쳐 버렸고 승호는 열심히 공부한 만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둘은 각각 회사에 취업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이 입사할 때의 열정은 금방 사그라들고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업무와 일상에 금방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명수는 사장단 앞에서 하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발표 도중 사장님이 직접 발표자료에 있는 오류를 찾아내 지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큰 영향은 없는 부분이라 프레젠테이션을 마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미 명수의 얼굴은 화끈거렸고 셔츠는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그날 하루 명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혼자서 실수를 되새겼다. 기본적인 팩트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자신을 계속 자책했다. 발표가 끝나고 난 후 그런 것도 제대로 확인 못하냐며 자신에게 질책을 한 부장님의 얼굴도 계속 떠올랐다. 그런 생각이 자꾸 반복되자 명수는 점심도 거른 채 혼자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의심하며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존감마저 모두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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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서 그랬을까, 승호도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비슷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영업실적 발표에서 원가계산 자체를 잘못해 버린 것이다. 결국 당기순이익이 승호의 생각보다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로 인해 사장단은 자료를 믿을 수 없다며 다음에 다시 하자는 말을 남긴 채 발표 도중 퇴장해 버렸다. 머릿속이 아찔해지는 경험을 한 승호는 곧바로 부장에게 불려 가 큰 꾸지람을 들었다. 최대한 빨리 자료를 수정해 다시 미팅 일정을 잡아야 했다.


승호는 두근거리는 가슴과 화끈 거리는 얼굴을 달래기 위해 시원한 물 한잔을 들이켰다. 그리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공부하고 조사한 끝에 원인을 찾아낸 승호는 다시 자신감에 넘쳐 자료를 수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미 실수했던 상황은 잊은 지 오래고 덕분에 좋은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 승호에게서 불안과 걱정의 기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수정을 거쳐 더욱 완벽해진 자료로 인해 아주 성공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칠 수 있었다. 덤으로 부장의 칭찬과 격려도 들을 수 있었다.


위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명수와 승호의 상황을 보며 자신의 비슷한 경험들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왜 명수는 같은 상황에서 더 괴로워하고 자책하고 힘들어하고, 승호는 다음 일에 집중하며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 왜 그렇게 유독 승호만 즐거워 보이는 것일까? 승호처럼 무슨 일이 생겨도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 평소의 자신의 모습대로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회복탄력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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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는 그들의 비결은 바로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이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이라고 그의 저서 『회복탄력성』에서 설명하고 있다. 위의 이야기를 이 회복탄력성으로 다시 설명해 보자. 명수는 회복탄력성이 아주 약한 유리 멘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려움과 역경이 닥치면 금방 그 상황에 매몰되어 스스로 침몰한다. 반면 승호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튼튼한 멘털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매번 역경과 어려움이 닥쳐도 금방 그 상황에서 벗어나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해 발전의 계기로 삼는다.


위의 이야기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힘든 역경을 딛고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가난한 어린 시절, 부모의 부재, 신체적인 제약, 환경적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을 거머쥔 유명한 사람들은 모두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회복탄력성은 감정 조절력, 충동 통제력, 원인 분석력으로 이루어진 자기 조절 능력과 소통능력, 공감능력, 자아 확장력으로 이루어진 대인관계 능력, 그리고 자아 낙관성, 생활만족도, 감사하기로 이루어진 긍정성까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김주환 교수는 설명한다. 그의 저서에는 회복탄력성 측정을 위한 ‘KRQ-53 테스트’가 소개되어 있다. 각 문항을 읽고 자신의 답을 기록해 보면 자신의 회복탄력성은 몇 점인지 알아볼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은 마음의 근육과 같다. 모든 사람이 신체적인 조건을 다르게 가지고 태어나듯이 회복탄력성 또한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근육은 훈련을 통해 단련할 수 있고 키울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근육인 회복탄력성 또한 훈련과 실천을 통해서 키울 수 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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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가장 쉬운 첫 번째 방법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인관계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 즉 어려움이나 역경이 닥쳐와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무조건 그 사람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

나 또한 요즘 그러한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최근에 나의 직무를 변경하는 바람에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있는데 온갖 잡무부터 시작해 배우고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게 업무를 가르쳐 주고 있는 여러 명의 멘토 중 한 분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다. 그의 말투와 행동에는 항상 여유가 넘쳐흘렀다. 그러한 마음의 여유로 인해 문제의 핵심만 파악해 불필요한 일은 줄이고 중요하고 긴급한 일부터 처리했다. 어떤 문제가 생겨도 전혀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나 또한 쌓여있는 할 일 들 중에서 핵심만 파악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고 그와 함께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걱정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닥친 힘든 상황을 걱정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곱씹고 곱씹을수록 그 문제 상황에 말려 들어가 마음만 힘들어 질뿐이다. 그럴 때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만 집중해라. 처음부터 잘 안 될 수도 있다. 해결방법을 알아도 계속된 후회와 자책만 들 수 있다. 그럴 때는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친구나 동료에게 가서 그 문제와 자신의 걱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아라. 그 사람이 정말 당신의 친구라면 격려의 말을 해 줄 것이고 그것이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위로를 해 줄 것이다.


모든 습관이 그러하듯 회복탄력성 또한 한 번에 키울 수는 없다. 하지만 거듭된 운동으로 조금씩 근육이 불어나듯, 반복된 마음의 단련을 통해 어느 순간 스트레스와 힘든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상황도, 어떤 문제도 나의 마음을 무너뜨릴 자격은 없다. 세상은 항상 변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럴 때 우리가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의 근육인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이다. 여기서 소개한 방법도 좋고 아니면 스스로 터득한 방법도 상관없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면 키울수록 당신의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결국엔 그 문제를 뛰어넘어 더 성장할 수 있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라. 그것이 당신을 항상 즐거워 보이는 그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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