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퇴사를 하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문화센터나 평생학습관 수업 강좌들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평소 시간이 없어 간절히 배우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직접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평일 낮에 문화센터를 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었기에 문화센터 등록은 나의 일상 희망 1순위가 되었다.
손글씨로 마음을 표현하는 캘리 그라피도 배우고 싶고, 계절별 꽃으로 힐링을 받을 수 있는 플라워수업도 참여하고 싶어졌다. 더 나이 들면 향이 깊은 커피와 함께 하는 작은 책방을 열고 싶은 소망이 있다 보니 바리스타자격증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 몸의 통증들을 잡아줄 힐링요가나 필라테스 수업도 하고 싶고, 신나는 댄스로 밝은 음악과 함께 리듬감을 느끼며 떨어진 나의 백혈구 수치도 높이고 싶은 욕심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리스트에 쌓여가는 배우고 싶은 종목들이 너무 많아지니 결정장애가 생겼다.
몸은 하나인데 배우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져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게 느껴졌다.
시험이 다가오면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평소 공부를 잘하지 않았던 아이들은 무슨 과목부터 공부해야 할지 계획표만 짜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내게 펼쳐진 것이다.
놀아본 사람이 제대로 노는 방법을 안다는 말이 이럴 때 적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낳고 둘째가 22개월이 되던 해부터 시작된 나의 직장생활은 한 번의 쉼도 없었기에 나는 내게 주어진 무한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어정쩡한 백수의 상태가 된 것이었다.
무엇보다 내게 가장 시급한 일은 나의 백혈구 수치를 높이는 일이었다. 스트레스받지 않는 신나는 일상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신나는 드럼 기초반을 등록하게 되었다.
매주 한 번씩 드럼을 치면서 취미생활이 주는 맛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어정쩡한 백수의 일상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