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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 속에 찾은 특별함

by 부자꿈쟁이

절대 튀지 않는 평범함을 갖고 태어났다. 소싯적엔 눈이 똘똘하다는 소리를 들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라떼는 말이야 속에 포함되는 내용이 되어 버렸다. 얼굴도 평범, 키도 자그마해. 뭔가 특별함이 없다 보니 새로운 모임에 가면 늘 어디서 본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퇴사 후 짧은 백수 기간을 지낸 후 지인 추천으로 온라인 학습지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재택근무가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곳에서 나의 할 일은 학습지를 그만두려는 학부모들의 원인을 파악하고 상담하는 것이었다. 직접 센터에 오는 아이들 학습에 대한 학부모님과의 상담은 오래 했지만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화로 상담하는 일은 처음이라 생각했던 것보다 큰 스트레스를 주었다.


경력자로 입사하였기에 회사에서도 신입사원보다는 뭔가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게 느껴지니 마음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업무에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나는 지극히 평범함 속에서 내가 가진 능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공감하는 능력이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학습을 중단해야겠다는 이유를 들으니 나는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최대한 이해시켜 드리려고 내가 할 수 있는 진심 어린 대화로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 드렸다. 그만두려는 마음으로 전화통화를 하다가 내가 공감해 주는 마음에 다시 학습을 이어가겠다는 학부모님들이 생기니 나름 보람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예전 얼굴을 보며 상담하던 시절에 학습상담은 내게 특별한 재능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맺은 인간관계의 평범함 속에서 나는 특별한 나의 공감능력을 찾게 된 것이다.


다만 한 달에 한 번만 본사에 출근하면 되는 재택근무라 하여 시작하였는데 본사소속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출근해야 한다는 큰 장애물이 생겼다. 3번의 전철을 갈아타야 하는 1시간 30분의 출근길은 내게 면역력 수치를 떨어뜨리며 피곤함을 선물해 주었다.


재택근무의 달콤함을 완전히 누리기도 전에 백혈구 수치가 또다시 떨어져 아쉬운 두 번째 퇴사를 하게 되었다. 23년을 근무했던 직장과 달리 이번엔 이직 1년 만에 완전한 백수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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