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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꼰대 생각

꼰대생각 48: 어느 하루

by 배정철

출근하지 않는 자의 요일은 배구 중계를 하지 않는 월요일과 경기를 불 수 있는 다른 요일로 구분된다.

봄 배구를 시작할 쯤에는 골프 시즌의 시작이고, 3월 말에는 야구도 시작한다.

가을 야구가 끝날 즈음에는 다시 배구 시즌이다.

매년 봄, 골프와 야구로 시작해서 가을에는 배구가 봄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축구나 농구를 끼워도 좋고, 한두 가지는 다른 것과 바꾸어도 마찬가지다.

프로스포츠가 고맙다고 해서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스포츠로 돌리기 위해 프로스포츠 시대를 열었다는 얍샵한 어느 누구에게 감사할 필요까지는 없겠다.


지난해에 보았던 낯익은 얼굴은 다시 보아 반갑고, 신인이라 불리는 선수에게는 응원을 보낸다.

내 나이보다 어린 선수가 어느 듯 은퇴식을 하고, 코치로 감독으로, 때로는 해설자로 등장한다.

TV 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또 매일 흘러서 TV 밖에 앉은 나의 몸으로 흘러 들어온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하루, 딱히 할 일이 없는 시간에는 소파에 앉아 몇 시간 보내기에 스포츠 중계 시청만 한 것이 없다.

에너지 소비도 거의 없는 활동이라 내장지방에는 최악이라는 걸 감안하면 말이다.


날이 풀려 아침 운동하기에 좋다.

공복에 유산소 운동을 해야 내장지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안다는 것과 안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실천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실천한다고 해서 그 실천의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기간의 운동으로 그 효과가 나타날 리 만무하다는 걸 여러 번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음에도 매번 땀을 닦으며 체중계에 올라선다.

맨 앞 숫자가 바뀌는 건 어림도 없는 일, 다만 두 번째 숫자라도 바뀌어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뱃속의 지방이 빠진 게 아니라 그저 배가 고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려운 실천의 결과라고 대견해한다.

한 가지 더, 적당히 하는 운동도 내장지방에는 최악이다.


아침 운동을 한 날에는 오늘의 숙제를 미리 다 해 둔 양 기분이 좋다.

삶은 고구마 한두 개, 과일 몇 조각, 향긋한 커피 한 잔만으로 하루가 가득 찬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는 같으면서도 다르게 쉼이 없다.

쉼 없이 흘러가는 하루,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의 어디쯤에서 잠시 쉬어 가면 좋으련만, 쉼표 하나만 있는 마디 찾기는 쉽지 않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지 않는 자의 악보는 알레그로(Allegro)가 아니라 분명 안단테(Andante) 일텐데, 알 수 없는 조바심이 일어 가슴이 두근거릴 때가 가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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