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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꼰대 생각

꼰대 생각 14_두리안(Durian)을 드셔 보셨나요?

by 배정철

방콕의 4~5월은 두리안(Durian)이 제철이다.
빅씨(Big C), 로투스(LOTUS), 고메(gourmet market), 맥스 밸류(Max Value) 등 대형 마켓에도 두리안을 볼 수 있고,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외곽 도로에서도 두리안을 가득 실은 트럭도 간간이 보인다.
마켓보다 길가 트럭에서 파는 두리안 조금 더 싸다.

여러 번 사 먹어 봤는데, 맛도 좋았다.
두리안 가격이 몇 해 전보다 많이 올랐다고 한다.
요즘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의 무게로 1kg에 100~160밧(4,000원~6000원) 정도다.


두리안은 나무 열매다.
두리안 나무에 수박만 한 크기의 두리안이 주렁주렁 열린다.
대개 1kg~3kg 정도인데 큰 것은 5kg가 넘는 경우도 있다.
두리안은 겉에 커다랗고 뾰족한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어 맨손으로 다루지 못한다.
(‘두리 Duri’가 말레이어시아 어로 ‘가시’다)
두리안을 파는 사람은 소방관들이 쓰는 방화 장갑 같은 것을 끼고 손질을 해 준다.

두리안의 독특한 향 때문에 한번 접하면 쉽게 잊지를 못한다.
호불호 정도가 아니라, 진저리를 치는 사람도 많다.

구린내 냄새가 기억이 남는 사람은 다시는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두리안 맛은 알게 되면 그 맛과 향기를 절대로 잊을 수 없다.

태국에서 두리안을 ‘악마의 과일’이라고 하는데,

한 번 맛을 들이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의미겠다.

두리안은 가시와 두꺼운 껍질 때문에 손질이 어렵다.
큰 칼로 내려 찍으며 껍질을 벗겨내는데, 안쪽에 망고보다 좀 더 길쭉한 모양의 연한 노란색 속이 있다.

손으로 눌러보면 스펀지 마냥 말랑말랑하다.
과일 상인은 껍질을 잘라내고, 속이 뭉개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꺼내어 얇고 깨끗한 종이에 하나하나 싸 준다.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서 한 덩어리씩 꺼내 먹는데,
아, 그 맛을 말로 어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콤콤한 냄새가 나긴 한다.

이 냄새도 익숙해지면 달콤하기 그지없다.

두리안의 가시와 구린내는 그 속의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속살을 지키기 위한 것일 테다.
사람도 속은 연약한데 애써 강한 척하는 사람이 있다.
그 속을 들키기 싫고, 쉽게 아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리라.
두리안도 껍질을 까 보기 전에 그 달콤한 속살을 알 수 없듯,
사람도 제대로 알기 전에는 그 속을 알 수 없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겉만 보고 쉽게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이렇게 두리안을 좋아하지만,
1년 전만 해도 냄새 조차 역겨워했다.
뭔가에 익숙해지면 싫었던 기억도 없어지는 모양이다.
그 냄새나는 걸 어떻게 먹냐는 사람들의 찡그린 반응에
‘에휴~ 불쌍한 사람 같으니라고, 이 맛나고 좋은 것을 먹을 줄도 모르고 말이야’ 하니 말이다.


두리안은 과일이라 좋으면 먹고,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사람살이에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우리 세상에는 싫고 좋고가 명확해지면 물고 뜯고 진흙탕 싸움이 난다.
그런데 요즘은 그걸 요구하고 즐기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그런 자신에게서 구린내보다 더 지독한 악취가 나는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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