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나요? -ep.3
‘이게 내 길이 맞는 걸까?’란 질문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해보는 고민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평범한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자주 해보셨을 겁니다. “내가 이거 하난 끝내주게 잘하지!”라는 분들 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데?”라는 분들이 훨씬 많을 거예요.
지난날, ‘수학을 그만두면 뭘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다가 고민했던 이 생각을 작년에 또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그림을 그리지 않고 다른 일을 해도 되지 않을까?‘에서 시작한 고민은 '그림 말고 나는 뭘 할 수 있지?'에서 출발해 ‘왜 난 재주가 없을까?’로 끝이 났습니다. 수학 문제를 조금 풀 줄 알고, 그림을 조금 그릴 줄 아는 것 외에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해 본 것이 딱히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는 인터넷 강의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스스로가 잘 되길 바랐고,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뭐라도 해보자는 각오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방법을 배워보려 했습니다. 두 번씩 반복하며 봤던 그 강의 영상에는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첫걸음부터 인플루언서로 거듭나기 위해 해야 하는 노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마인드까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될 수 있다’는 한 마디에 홀딱 빠져 홀린 듯이 결제했던 그 영상에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수두룩했습니다.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길은 열려있지만 그 길이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쉽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는데 왜 저는 ‘쉽다’는 이야기로 착각했던 걸까요?
아무튼, 생각해보아야 할 숙제들 중에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영상 속 강사님은 ‘어느 누구든 밤새 지인들을 붙잡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주제가 하나씩은 있다’라고 했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밤새 털어놓을 만한 이야깃거리는 없었습니다. 어느 누구든 그런 이야깃거리가 있기에 사진으로든 글로든, 영상으로든 각자의 관점을 담아 꾸준히 풀어내기만 하면 인플루언서는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강의의 요지였지만, 저는 딱히 그럴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수학은 하고 싶지 않았고, 그림도 놓기로 했고, 다른 길을 찾기로 했는데 생각해 보니 큰 굴곡 없이 평탄하게 살아왔던 터라 풀어낼 만한 것들이 없었던 겁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거나 특별한 기술이 있다거나, 남들은 잘해보지 못할 경험을 해봤다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에서 지내고 있다거나 한 것들 말이에요. 요리도 먹을 수 있을 만큼만 하고, 손글씨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도 그냥저냥 하고, 심지어 다이어트도 남들이 해봤을 만큼만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준이 높았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합니다. 자신 있게 꺼내놓기에는 모두 애매한 것들이었습니다.
두 달 만에 인플루언서가 되어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대단한 수익을 얻고 있다는 수강생의 후기를 보며 참 부러워했습니다. 나에게는 왜 그 사람처럼 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재가 없을까란 생각을 하다 책 한 권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은 오직 강점을 통해서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자신이 전혀 갖지 못한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약점을 토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터드러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이란 책에 인용되어 있던 피터 드러커의 한 마디입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인플루언서 강의 영상 속 강사 님의 추천을 듣고 보게 된 책입니다. 제 인생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래서 발견하게 된 저 한 문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책과 함께 동봉되어 있는 강점 테스트 코드와 그 테스트 결과도 꽤나 도움이 되었지만, 저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저는 재능이 없다기보다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준 적이 없었습니다. '수학 강사가 되어야겠다'라는 목표를 가졌을 때에는 수학 강사가 되기 위해 수학과를 졸업하는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난 수학강사가 될 텐데 그런 일에 시간 쏟아서 뭘 해'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거지요. '그림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가졌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나는 왜 잘하는 게 없을까?'란 고민에서 벗어나 '나는 뭘 잘할까?'라고 생각을 바꾸고 보니 스스로에게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졌습니다. 모임을 진행하고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참 좁은 세상에서 살았구나를 여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마인드셋>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평생 배우고 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과학자들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다는 점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타고난 기질과 적성이라는 출발점은 각기 다를지라도 저마다의 인생은 경험, 훈련과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완성되는 겁니다.
<마인드셋> 캐럴 드웩, 20쪽
저는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부끄러움이 많았던 아이였습니다. 엄마 친구분의 전화를 받을 때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제가 '되게 외향적인 분이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으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축되고, 마이크만 보면 도망치기 바빴던 제가 '아나운서인 줄 알았어요'라는 칭찬에 힘입어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뭐든지 생각나는 대로 도전해 본 덕분에 '추진력'이 있다는 것도, 집 가꾸기에는 한 없이 게으르지만 꽂혀 있는 일은 꾸준하게 하는 '의지력'과 '집중력'이 있다는 것도, 말하듯이 쉽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올해 들어서 하나씩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인드셋>이란 책 덕분에, 그렇게 발견한 작은 보물들이 가꾸면 가꿀수록 더 커지고 환하게 빛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무엇을 하든 기대되지 않는 순간이 없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하기 전, "그것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찾는데에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왜 재주가 없을까?'란 질문은 무언가를 도전할 만한 이유를 찾기보다 하지 못하는 이유에 더 집중하게 만듭니다. 그런 질문은 당신을 어디로 데려다줄까요? 당신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까요?
'나는 왜 재주가 없을까?'란 생각에 갇혀 한탄하기보다는 '나는 무엇을 잘할까?'란 생각으로 세상을 둘러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찾아다니셨으면 좋겠습니다. 서른 넘게 살며 곱씹어보니 가장 값진 것은 '경험'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떠한 일이든 그 일을 하며 겪어보는 생각과 들여보는 노력은 고스란히 남아 '나'라는 꽃을 피우는 밑거름이 되더군요. 그 덕에 저도 찌질하기 그지없지만 이렇게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재주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재주를 발견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뭐든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나이가 아직 '이른 나이'이듯, 20대 청춘분들은 한참이나 많은 시간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고, 가보지 않았던 장소에 가보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경험을 선물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나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