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과 독백 사이

어느 날 일기장이 시끄러워졌다.

by 생강
질문과 독백 사이1.jpg
질문과 독백 사이2.jpg
질문과 독백 사이3.jpg
질문과 독백 사이4.jpg
질문과 독백 사이5.jpg




남들의 입맛에 맞춰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또 나와 상담을 했습니다.


이것을 상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끔은 청문회 같았고 어쩔 땐 취조 같기도 했거든요. 그런 독백 속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답을 얻어내기로 했었습니다. 이제까지 잘도 피해 갔겠다, 이번에는 끝까지 답을 묻고 싶었죠.


저는 다른 사람이 원할 것 같은 방향으로 항상 기울어 있는 사람이에요.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입니다.


나는 내가 눈치를 보는 그 시간들에 깔려버릴 것만 같은 사람인 거죠. 그들이 조금만 신호를 보내도 곧바로 그들에게 안성맞춤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나는 남들을 의식하는 만큼 나를 의심하는 사람이 된 거예요.


누군가와 멀어지고 싶지 않고 그들이 날 미워하는 게 가장 두려워서 나는 나를 버리고 남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된 것입니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아요. 그리고 남들도 내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더 원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요. 아마 타인들은 내가 그들의 욕망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것을 본인이 원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어요. 내가 나름대로 가늠하고 멋대로 판단해서 재구성한 타인의 욕망이므로 그들이 원하는 건 정말 따로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나는 내가 그렇게 된 이유가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자꾸만 내게 물어보고 물어봤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진심으로 행동했을 때 상처 받은 적이 많았다는 것. 때문에 진심을 지키기 위해 잘 길들여진 눈치로 상처 받지 않을, 진심이 아닌 것들만 선별해 늘어놓았던 것.


두 번째는 그리하여 멀어진 사람들과 관계 회복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가 되고 누군가 내게 다가왔을 때 잡아두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와 최대한 잘 맞는 사람인 척, 당신과 비슷한 사람인 척 계속 그의 눈치를 보며 좋은 사람들과 있고 싶어서 이상한 방법을 썼던 것.


이 방법들은 다 틀렸어요. 왜냐면 진심이 아니어서 더 상처 받는 날도 있었고, 내가 아닌 척하며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제대로 숨을 쉬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거든요. 나는 그 잘난 눈치로 나의 껍데기 짓을 했던 거예요. 말도 안 되게.


나는 내게 상담을 요청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힘겹더라도 대답을 찾아냈어요. 결론도 어찌어찌 이뤄냈죠. 이래저래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 진심인 게 났겠다, 적어도 솔직했으므로 솔직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할 일은 없겠다, 하고.


언제고 다시 내가 나를 탈출할 일이 올까요? 저는 이번 독백이 점점 소중해져요. 나는 또 살아갈 테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이고 누군가의 앞에서 그저 진심이 가득한 나로서 존재해야 하니까요.


다음엔 일기장이 소란스러워도 오늘처럼 내가 나에게 정답을 얻어냈으면 좋겠어요.

내가 아는 나는 나에게서 나를 구출해줄 수 있는 사람일 거예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화표와 잉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