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

잎이 나면서 나는 '기다림 체력'을 깨달았다

by 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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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심은 지 정확하게 19일이 되던 날, 로즈마리는 떡잎을 내밀더군요.


작고 귀여운 이파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식물이 될 준비를 하는 그 모습이 참 대견스러웠어요. 한 편으로는 그런 씨앗들을 포기하려고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더라고요.


포기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에요. 다만 내가 무언가를 기다릴 수 있는 체력과 무언가가 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이 맞물리지 않았던 것일 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틀린 것이 아닌 다름에서 오는 서로의 건강한 차이를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더군요. 그래야 나의 체력의 끝을 알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가끔씩 포기하려고 하면 꼭 그제야 고개를 내미는 일들이 있어요. 마치 내가 포기하기 직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그건 그저 나에게 기회가 오는 과정인데 내 ‘기다림 체력’이 바닥난 것일 뿐이었다는 걸 이번 일로 깨닫게 되었어요.


로즈마리는 싹이 잘 트지 않기로 소문난 식물이었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제 기다림의 양이 다소 적었던 것을 생각하며, 귀여운 이파리에게 물을 주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저와 로즈마리는 서로를 위해 노력해야 할 거예요. 저는 그 아이를 위해 깨끗한 물과 쨍쨍한 햇빛을 줘야 하고 로즈마리는 길고 긴 초록이 되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죠. 이번엔 씨앗이 저를 기다려줬으니 이젠 제 차례인 것 같아요.


이토록 건강하고 정직하고 담백한 행복을 지킬 수 있게 나의 ‘기다림 체력’이 조금씩 성장하기를 바라요.


동시에 포기를 자책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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