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빠지던 날

터무니없는 길로 가면 귀중한 것을 잃게 된다

by 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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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몸에 대한 강박이 심하던 시절, 저는 머리를 감을 때마다 후드득 빠지던 머리카락을 기억해요. 튼튼하던 머리는 생기를 잃고 축 늘어져있었고 그 대가로 몸은 덜 무거워졌죠.


밖에서 들려오는 외모의 기준에 나를 맞추고 그보다 더 한 기준들을 나의 목표로 삼았어요. 그래야 행복할 것 같았어요. 몸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던 때였으므로 날씬해지고 가벼워지면 더 이상 울지 않을 것 같았죠.


그러나 제 생각은 틀렸어요. 너무 적게 먹었고 너무 많이 움직였어요. 적은 몸무게를 얻었지만 수많은 머리카락을 잃고 약해진 위장을 갖게 되었어요. 건강해지고 싶었는데 도리어 건강을 잃고 만 거예요.


조금만 먹어도 배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보면서,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더라고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먹은 만큼 움직이자고.


터무니없는 길을 가다 보면, 귀중한 것을 잃고 말아요. 그 길 위에서 깨달았어요.


잠깐 배가 들어갔다고, 쇄골이 도드라져 보인다고 행복했던 게 아니라 다만 외부의 시선에 잘 맞게 설계된 몸을 좋아했던 것이라는 걸.


그래서 전 먹고 싶은 걸 먹고 움직이고 싶을 때 개운하고 건강하게 움직여요. 그게 더 행복하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몸을 가지고 싶다 하더라도 내가 나를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내가 나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무리하게 외부의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충분히 나는 내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어요. 나와 우리에겐 그럴 만한 힘이 있죠.


다만 꽤 진득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 시간 속에서 내가 나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터무니없는 길이 아니라 내 삶 위에 튼튼하게 두 발을 내디딜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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