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숨어있는 질문에 대하여
과거의 일기를 보면 그때의 나에게 대답해 주고 싶은 질문들이 수도 없이 나와요.
얼마나 잘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엔 한 시간도 못 잘 것이므로 엄청나게 피곤한 하루를 보내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고, 누군가의 기분을 걱정하며 밤을 지새우던 나에게는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더라고요.
마치 내가 나의 구원자가 된 것처럼 일기장 속 질문 옆에 대답을 적었어요. 바뀐 것은 시간뿐인데 많은 것을 겪은 사람이 되었더군요.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는 뜻이겠죠.
어제보다 성숙해진 내가 나의 고민과 질문에 답을 내려줄 수 있다는 게 참 재밌었어요. 어찌 되었든 내 삶을 내가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생은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고 내 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날들도 있었기에, 과거의 나에게 대답을 하는 그 작은 놀이가 꽤나 큰 뿌듯함을 가져다주었어요. 내 인생이 오롯이 내 것 같았죠.
이런 식이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들도 훗날의 내가, 언제일지 모를 그 언젠가의 내가 답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고민하는 시기가 맞는 거고, 고민하는 것을 자책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다른 시간 속에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질문에 대한 대답, 그 대답의 기한은 무기한일 거예요. 언젠가 내가 스스로 나의 삶을 잘 풀어헤쳐 나갈 때까지, 내 인생을 잘 소화시킬 때까지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