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어
나는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무엇을 얼마나 오래 좋아하는지, 얼마큼 깊게 사랑하고 울었는지, 아팠는지 말하고 싶었다. 나는 겁이 많았고 나는 네게 진심을 말하지 못했지.
사람에게 진심을 말하는 것이 어렵다.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면 사람 앞에서 다시 외로움을 택한다. 마치 편지를 쓸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았다가 빈 종이만 두고 뛰쳐나오는 사람 같았다. 사람이 무섭고 외로움도 무서워서.
누군가를 만나면 나는 늘 내 마음의 가장 질긴 곳을 보여주고, 가장 연한 부분은 숨기기 바빴다. 언젠가 그것이 내 약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때로는 나조차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아무리 찾아다녀도 진심을 털어놓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너도 그래. 난 너를 믿지 않아. 진심을 말하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는 네 생각보다 더 처절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말하면 넌 어떤 얼굴로 날 쳐다볼까. 궁금하지만 궁금하지 않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널 많이 좋아했고 대뜸 무너지면서 같이 무너져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쓰다 만 편지가 여러 장 쌓여있다고 말하고 싶어.
빈 편지 봉투나 끌어안고 밤새 울기도 했다고 말하고 싶어.
정말 미안하지만 네가 걱정할까 봐 하지 못했던 말들, 네 미움을 받을까 봐 하지 않은 말들과 내 진심 모두 네가 알았으면 좋겠지만 또 몰랐으면 좋겠어.
네가 나의 마음을 모를 동안 나는 네게 말하려다가 실패한 말들을 토해내고 겁에 질려 찢어진 마음들을 주워 밤새 조각보로 만들겠지. 아마 나는 외롭다가도 겁나는 심정으로 널 생각하겠지.
이게 내 속마음이야. 나는 사람이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