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리는 계절에
아무래도 나는 겨울에 약한가 보다. 찬바람이 불면 머리고 마음이고 작동을 멈추는 거 같다. 더 움츠리게 되고 멈춰있게 된다. 같은 일도 겨울에 하면 왠지 소극적인 결과로 도달하는 거 같아.
고백 하나 할까.
실은 여름에도 그래.
너무 더우면 정신을 잃고 길도 잃고 하여간에 다 잃어.
나는 봄과 가을이 좋다. 선선하니 자유로운 바람이 좋아. 나는 여름과 겨울에 취약한 사람인데 이번엔 겨울이 더 힘겨웠어. 그래서 나는 계절 탓을 했지. 답이 없는 문제 사이를 맴돌며 나를 탓할 건 다 했는데 아무리 탓을 찾아도 답은 되지 않는 거야. 그래서 그냥 계절 탓을 했어. 이게 다 겨울이라서 그래. 봄이 오면 잘할 거야. 너무 추워서 그래. 움직이지 못해서 그래.
웃기지. 계절 탓을 하며 사는 사람이라니. 그런데 있지, 나는 그런 사람이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우면 길을 잃는 사람이더라고. 그걸 알아서 다행이야. 내가 늘어지고 얼어붙는 온도를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해.
있지, 나는 봄과 가을에 덜 초라한 사람이다. 여름과 겨울, 특히 이번 겨울에 정말 초라했거든. 그래서 겨울 탓을 했어. 그래야 숨통이 틔여서.
매일 같은 속도로 갈 수 없는 거 알아. 계산해보니 어느 계절에 유독 느리더라고.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인정했어.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하지.
이게 다 겨울이라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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