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가치와 나의 가치가 부딪힐 때
미련하대. 요령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사람 같대. 어디선가 나를 그렇게 말해. 다른 이의 입을 통해서 듣는 내가 새로웠다. 은근한 요령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이 소화한 나는 또 다른 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부엌에서 차를 끓이며 생각했다. 요령이 많고 깊으면 잘 사는 건가. 내가 가진 요령은 미련하게 살다가 얻은 것인데, 실은 꾸준히 미련한 게 내 요령이다. 다른 방법은 모르겠다. 시도해 본 것도 시도해 보지 않은 것도 있으나 시도한 것 중에는 미련한 게 가장 쉽고 좋았다. 길게 갈 거면 이게 좋다. 마음 한구석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남들이 보기에) 미련하게 산다.
세상이 말하는 요령과 나의 성질이 맞지 않으면 나는 실패한 건가? 곰곰이 생각했다. 실패란 무엇인가. 시도해 보고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실패 아닌가. 실은 실패라는 거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 다 과정인 거지. 성공도 없고 다만 하루치의 과정. 이곳과 내가 다른 성질로 공존한다면 그건 그저 다를 뿐 어느 하나가 실패한 건 아니지. 미련하고 요령도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건 세상이 모두 완벽하고 깔끔하고 빠른 결과를 원해서지. 그것만이 마치 온전한 성공인 것처럼 떠들어서지. 그러니 자신이 미련하다고 고민하고 고통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 다만 틀린 일이 아니지. 힘든 것과 옳은 것은 별개의 일이지.
나는 순간을 붙잡고 하나하나 있는 힘껏 쥐어짜 내서 온전한 시간을 보내려 하는데, 이것은 미련하고 좋은 나만의 방식이다. 나는 세세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하니까. 내 삶의 방향은 나의 선호로 결정한다.
내 요령은 요령을 모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