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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두둑 Sep 17. 2020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지나온 일은 이미 여기 없고,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직 여기에 없다고

“정신 좀 챙기고 다녀”


어렸을 때부터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기를 밥 먹듯이 하는 내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다. 


정신 차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긴장하면 된다.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고 꼭 기억해야 하는 일을 잊지 않으려면 예민하게 주위 상황을 살펴야 한다. 즉 외부를 살펴야 한다. 

그때는 몰랐다. 긴장하고 외부를 살피느라 내 안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마음을 챙기는 것도 역시 살피는 일이다. 

다만 살펴야 하는 대상이 주위 상황이 아닌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점이 다르다.


어느 날 문득 내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정신 말고 마음은 챙기고 있니?’ 

갑자기 정신 차리기 위해 바짝 긴장하느라 굳어버린 마음이 말랑해지는 것 같았다.


요즘은 둥둥 떠다니는 마음을 가만히 앉혀놓고 살펴보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가져보려고 한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단 정말 앉는다. 그리고 조용한 음악과 함께 눈을 감고 숨을 쉰다. 대신 평소보다 조금 자세하게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살핀다. 그 다음 내 몸의 표면과 그 곳에 닿는 공기의 촉감을 느끼면서 내 몸이 현재의 감각을 온전히 받아들 때 즈음, 나 자신에게 말을 걸어본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지? 난 괜찮은거니?'

 

이 질문이 진심으로 마음에 도달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괜찮지 않다는 적신호였다. 동시에 이제까지 그런 상태를 외면하고 무시했던 내가 진짜 마음 상태를 알아차렸다는 청신호이기도 했다.


나는 주로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향해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다. 성향상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크게 마음을 두지 않지만 주로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고 걱정하는데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사회 초년생 때는 내가 잘 하고 있는건지,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불안했고, 중간 책임자가 되면서는 인정받지 못할까봐 조마조마했다. 몇 번의 헤어짐을 경험한 후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방의 관심과 사랑이 식을까봐 전전긍긍했다. 물론 자존심 때문에 티는 안냈지만. 심지어 행복한 순간에도 그 상태가 언제 깨질지 몰라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은 그대로 상대방에게 노출되었고 그 모습은 약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내 마음은 언제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서 주로 부정적인 미래를 콕 짚어 그곳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안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한 번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고. 지나온 일은 이미 여기 없고,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직 여기에 없다고'


서서히 앞서간 마음이 희미해지고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마음이 선명해진다. 그렇게 십여 분 동안 온전히 현재에 머물러 있음을 경험한다. 물론 눈을 뜨고 업무 카톡이 울리는 순간 내 마음은 또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가지만 적어도 내 마음의 방향과 속도를 조금씩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도하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자신에게 한 번 물어보기 바란다.

(심호흡을 크게 세 번 쉬고)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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