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두둑 Nov 18. 2020

나는 매일 불안하다

불안에 대한 마음챙김의 기록 (1)

몸이 고장나고 마음부터 고쳐야겠다고 느낀 이후 요가와 명상에 집중하며 알게된 개념이 '마음챙김'이다.


웰빙과 웰니스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실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행하는데 좀 더 집중되어 있다면,

마음챙김은 나의 감정 상태를 열린 마음으로 관찰하고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궁극적으로는 나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진심으로 다정해지기 위해 마음 근육을 키우는 과정(또는 수련)에 가깝다.


웰니스를 실천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여전히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불안하고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면 마음챙김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내가 그랬다. 백 살까지 살겠다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웃고 있는데!? 이상하게 자꾸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그래서 어느 날 가만히 앉아 그 이유를 생각하고 적어봤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의 잘못된 선택과 행동으로 일 또는 관계에서 실패할까 봐 걱정된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불행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불안하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못 미칠까봐 두렵다.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

나는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다.


이 모든 생각들은 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자신에 대한 불확신의 뿌리에서 자란 가지들이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위 생각들은 나의 일상 속에서 시도 때도 없이 불청객처럼 찾아와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 생각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음 선택한 것은 '다른 자극으로 회피하기'였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 먹기, 사람들과 술 마시며 가십(Gossip)에 대해 이야기하기, 아무 생각 없이 예능 보기, 잠자기 등은 잠시나마 부정적인 생각들을 잊게 해 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자극들이 일시적으로는 부정적인 생각들로부터 잠시 피난처가 돼줬을지 모르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진 못했다. 오히려 회피성 자극이 끝나면 더 큰 불안이 찾아왔다.


그렇다면 불안과 자책을 품은 마음을 어떻게 챙겨야 할까?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그 첫 번째 단계는 이미 이 글 윗부분에 언급했다.

그래서 어느 날 가만히 앉아 그 이유를 생각하고 적어봤다.

해석하자면, 나에게 찾아온 그 불편한 감정을 관찰하고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알아차리고 인지했다.


마음챙김의 첫 단계, 알아차리기(Awareness)


마음챙김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게 뭐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안 좋은 감정이 찾아왔을 때 그 감정을 마주하는 대신 압도당하기만 하지 않는지, 그 감정을 외부 상황 또는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느라 정작 본인에게 그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는 것을 잊지 않았는지. 특히 왠지 모를 짜증, 우울감, 답답함 등에 시달린 적이 있다면 그것은 본인의 마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각보다 내 감정을 진짜로,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한 번에 되지도 않고, 이번에 된다고 다음에 저절로 되지도 않는다. 어떨 때는 감정이 우리 자신을 속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표면적으로는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불편해 화가 나는 것 같지만 '왜 저 사람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지?' 대신 '나는 저 사람의 말에 왜 이런 감정이 들지?'라고 주체를 바꿔보면 의외로 낮은 자존감이나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본인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표면적인 감정 뒤에 숨어있는 근본적인 마음을 알아차리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만 쓴다면 감정의 파도에 휩싸이는 대신 그 파도를 타고 원하는 곳을 향해 멋지게 항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진짜 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방법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심호흡과 함께 지금 감정에 머물며 온전히 느끼고 관찰 후 노트에 적어보기 (감정의 명칭과 그 감정이 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얼굴이 화끈해진다던지, 어깨가 뻐근하거나 명치가 답답한 느낌 등)  

2. 그 감정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인정받고 싶어, 상처 받고 싶지 않아)


화가 나는 감정은 받아들이기 싫고 소화하기 힘들지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고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도 매일 나를 덮치려는 두려움과 걱정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다만 그 감정을 피해 도망가거나 휩싸여 가라앉는 선택을 하는 대신 조금은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자 오늘도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전 08화 지금 내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