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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두둑 Sep 29. 2020

콤플렉스와 친해지기

요가로 내 몸과 친해지다

내가 지닌 콤플렉스를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대부분을 생략하고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세 가지 콤플렉스를 밝힌다. 바로 각진 턱과 낮은 콧대, 그리고 튼튼한(굵은) 다리.


TV와 소셜미디어에서 미인이라 칭하는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모두 갸름한 턱과 높은 콧대, 날씬한 각선미를 자랑한다. 한 때 V라인이 마치 미인의 덕목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놓고 강조하는 음료 광고를 보며 심기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되어서는 콧대를 높여보겠다고 필러도 맞아보고, 턱에 보톡스도 맞아보고, 홈쇼핑을 보다가 30만 원이나 하는 마사지 기구도 사서 열심히 턱과 다리를 밀어봤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넌 코가 귀여워, 턱이 매력적이야, 다리가 튼튼하니 노년에 관절염 걱정은 덜겠다라며 위로(?)의 말을 건냈지만 기분이 좋기는커녕 콤플렉스를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콤플렉스와 서먹한 사이를 이어가던 중 내 몸과의 관계에 변화가 찾아왔다. 2년 전 요가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땐 오히려 내 콤플렉스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거울에 비친 요가복을 입은 나의 몸은 아무렇게나 빚은 찰흙같아 보였다. 1시간 동안 땀을 흠뻑 흘리며 요가를 마친 후 발갛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보면 코와 턱이 유난히 더 못생겨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요가는 겉으로 보기엔 동작을 만들고 유지하고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는 과정 같지만 실로 내가 경험하는 것은 그 이상이었다. 나에게 요가는 내 몸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해 마음을 살피는 것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요가가 끝나면 몸이 가볍고 시원하고 유연해졌다. 가벼운 몸은 억눌린 마음도 가볍게 했고 시원해진 몸은 갑갑한 마음을 풀어주는듯 했다. 굽었던 허리가 펴지며 자신감도 펴지는 것 같았고, 몸이 유연해진 만큼 생각도 유연해졌다. 몸의 균형이 맞춰지면서 기울어진 내 마음과 생활도 균형을 되찾아갔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연결되면서 찾아온 감정. 자유였다. 


어느 날 요가 수업 말미에 사바아사나(송장자세)를 하며 매트에 누워있는데 문득 내 몸에 미안함과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미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내 몸을 비난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은 것이다. 어떤 몸을 가졌든 간에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가족, 친구, 연인이 있는데 정작 나는 내 몸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몸은 고맙게도 내 마음을 살펴주고 신호를 보내며 연결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더 이상 내 몸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마음과 몸이 가까워지니 몸에 대한 내 인식도 자연스럽게 변했다. 그때부터 인 것 같다. 내 콤플렉스를 다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게.


결국 내 몸을 살피는 것은 마음을 살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얼마 전 웨딩 매거진의 브라이덜 샤워 독자 모델로 촬영을 할 기회가 있었다.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포토그래퍼까지 협찬을 받아 촬영을 마친 뒤 한 달 후 설레는 마음으로 매거진을 펼쳤는데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나의 각진 턱이 포토샵으로 감쪽같이 사라지고 V라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라면 현대 기술에 감사함을 느끼며 다행이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섭섭한 감정부터 들었다. 내 턱이 얼마나 소중한 일부분인데 다른 사람들 미의 기준에 미달이라고 판단되어 잘려야 하는가!


물론 지금도 거울을 보면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많지만 적어도 의기소침하거나 열등감은 들지 않는다.

콤플렉스는 극복해야할 대상이 아니다. 내가 더 친해져야할 조금은 어색한 나의 한 부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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