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부어 있고 늘 뻐근하고 아리는 나의 장딴지. 바닥에 눌리어 양쪽으로 볼록들 해지니 닭다리 과자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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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중에 가장 예쁘기로는 다리였거늘, 살이 아무리 쪄도 다리만은 그 나름대로 형태적 예쁨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하였거늘, 이젠 어쩔 도리 없이 구심력을 잃고 무질서 쪽으로 가고 있다.
내 몸의 드라마틱한 체인지, 그에 대한 한탄스러움. 과거 사진들을 보면 한 해 한 해 내 모습이 다르다. 더 늙어가고 더 쳐져간다. 몸무게가 비슷해도 더 쪄보인다. 출산 후 이런 감상이 더욱 임팩트 있게 발생하곤 하지만, 그 전에도 늘 나는 내 모습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였던 듯하다.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이다. 외부의 기준에 늘 눈이 쏠려 내가 가진 나만의 예쁨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하였다. 과거의 사진을 볼 때마다 '이땐 이렇게 예뻤네.' 해대니 말이다.
엄마의 심각한 병환 때문에 아직 돌도 안 된 아이와 엄마를 함께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스트레스가 심했던 그 시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끼니때마다 건강하지 못한 음식으로 먹어댔던 탓에 출산 후 빠졌던 체중을 다시 채우고 심지어 돌파하였던 듯하다. 체중계에 한참을 올라가지 않았다. 몸에 관심을 둘 겨를도 없었고 관심을 주기 싫을 만큼 몸이 망가져버렸기도 했다. 직시하기 싫었다. 이후에 너무나 나에게 쾌감과 즐거움을 주는 테니스에 푹 빠져 격정적으로 운동을 하였으나 식이요법 등의 다른 요인은 관리를 그다지 하지 않은 탓에 몸은 근육질 돼지가 되어갔고 그 체중에 그렇게 뛰어댔으니 허리, 다리 등의 관절에 무리가 오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허리 통증이 극심해서 테니스를 거의 접다시피 되었다.
돌봐 주었어야 할 때 아껴주지 못했던 내 몸이 더 이상 내가 가하는 물리화학적 인풋에 잘 반응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뼈를 깎는 대혁신적 실천을 하지 않고서는 잘 변화하지 않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 비싼 '자이로토닉'을 주 2회, 4달 이상 해오고 있고, 동네 50분 걷기도 주 1-2회가량 꾸준히 해왔으며, 먹는 양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이며 식이요법을 해왔지만, 최근 측정한 몸무게는 날 크게 배신하였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숨이 순간 잘 쉬어지지 않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사방팔방에 원망스러움을 발사했다.
"그때 왜 나 운동하러 나가라고 등 떠밀지 않았어!!" 남편에게 화를 냈다. 남편은 최근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재택근무할 때마다 조깅을 하고 매일 성실하게 근력운동도 해왔다. 이 사람은 며칠 바짝 조절하면 몸에 바로 반영이 되는 얄미운 사람이다. 자기 혼자 잘 살고 있다. 빠이야쌰!!!! 콱 마!!!
도저히, 내 몸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난 원래 이런 몸이 아니라며, 이건 내가 아니라며 부인해왔고, 분명 저 아래 근원에서는 내 모습이 싫으면서, '이 정도면 괜찮아. 난 나를 사랑해.'라며 내 스스로에게 가증을 떨어왔다.
지금 나의 과제는 내 몸 구석구석을 온전히 인지하고, 관심을 계속 주고, 필요한 실천을 만들어내고 실제로 하는 것인 듯하다. 받아들이고 지금 이 상태로 그대로 더 관리하고 가꾸자 싶다. '그레이's 아나토미'에 나오는 내 몸매와 비슷한 그것을 가진 '캘리'처럼, "I'm awesome."을 진심으로 외칠 수 있도록.
미미하게나마, 커피를 줄이고 차를 드링킹 하기 시작했다. 건강에 좋은 작은 병 음료를 많이 사놓고 수시로 마시기 시작했다. 토마토나 콩 등을 갈아먹는 횟수가 늘어났다. 걸으러 나갈 수 있을 때 수시로 걸으러 나갔다. 최근 며칠 그리 했더니 하루에 300g씩 다시 체중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 이 감각에 집중하고 계속 유지하자. 그리고 날 가꾸기 위한 실천 한 가지씩 더 늘리자.
누구를 원망하고 외부 요인을 탓하기만 해서는 내가 하나 변하지 않더라. 내가 이리된 데는 다 너네들 탓이야! 그래 그게 틀린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누가 날 위해 뭔가 크게 해주지 않는데 계속 그러고만 있을 거야? 문디 가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