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잠에 들기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가장 크게는, 숙면이 어려워 허리와 뒷목의 통증에 쉽게 수시로 잠이 깨서 잠자는 시간이 그리 편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또, 이 밤이 지나면 뻔한 하루가 다시 시작되기에 이 밤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더 갖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별히 의미 있는 무언가를 딱히 하게 되진 않습니다.
SNS를 수 차례 들락거리고, 그러다 인터넷 뉴스를 눈으로 훑으며, 그 어느 하나도 소통의 물꼬가 되지 않는 느낌이라 막막한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은 울혈이 마음 몇 군데에 있고, 어딘가에 어떤 말을 해서 "나 여기 있어."라고 외치고도 싶은데, 분명 내 목구멍이 막힌 것은 아닌데, 뻗어나갈 수 없는 그 느낌이요.
이것이 휴대폰 중독 증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 내 속에서 나를 만나는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것 같고, 언어로 나를 비롯하여 주변에 대한 인식의 내용을 풀어내기를 지속하다 보니 계속 더 그렇게 하고 싶은 drive가 끓어 오르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간질간질해서 표현으로 해소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뚫리고 표출되려면, 즉, 느낌, 일어나는 감정, 인지, 인식 등을 더욱 풍부하고 뚜렷하게 내보이려면 '재료가 더 많이 들어차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뭔가 마구 집어삼켜야 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죠.
지식에 대한 갈급함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를 만나면 빛을 발해서 두둥실 떠오르는 긴 '검'을 찾아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판타지에서 운명처럼 주인공의 몸속에 어떤 에너지원이 들어와서, 무엇엔가 이끌려 폭주하기도 하고 무언가 해결하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 같은데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래, 나의 존재 이유는 이것이었어!'라고 하는 깨달음을 얻는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된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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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까만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아이 아침밥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합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글쓰기 돈벌이를 조금 하고, '이것을 붙잡고 가야 한다!' 의지를 불태우면서 사업 구상을 위한 콘텐츠를 빌드업하고, 식욕에 끌려 무언가를 또 먹게 되고, 때로는 좀 많이 먹어 늘어난 체중을 걱정도 하고, 아이의 기분에 온 촉이 집중되어 그에 따라 나도 같이 요동치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며 '쯧쯧' 혀를 차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