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세계에 대한 건강한 담론이 시작됐다
수년 전 명상 기사를 위해 취재 차 전문가 인터뷰를 하고서, 하도 심란하여 후배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다. “글쎄, 명상으로 깨닫게 되는 게 영생이래 영생~ ㅋㅋ 이거 어떻게 풀어써야 되지?”
당시 기사에는 영생을 언급할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 너머의 세계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는 걸 경계하기 때문이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다면, 쉽사리 미신 혹은 사이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뜬구름일 뿐 일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날 코웃음쳤던 바와 같이, 나 역시, 의심의 시간을 거쳤다. 하지만 탐구심이 있었고, 수행의 실천 과정을 거쳐, 어느 순간 마침내 이해하게 됐다. 어떤 맥락에서 ‘영생’을 말할 수 있고, 과학적 증명이 없어도 충분히 합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며, 이는 무작정 믿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앎이요, 이거야말로 삶의 전환을 가져올 핵심 열쇠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 앎을, 그 자각의 경험을 말로 전하는 건,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일단 언어의 한계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사람들이 듣기 거북해하기 때문이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두렵기도 하고.
그러나 언젠가는 이 보이지 않는 신비의 세계에 대해 수면 위에서 (유튜브 댓글 말고) 자유로운 담론이 펼쳐질 날이 올 거라 예상한다. 그리고 그 흐름은 제법 빠르게 두드러지고 있다.
채사장의 <지대넓얕 무한>을 읽고, 그런 의미에서 반가웠고, 놀라웠다. 그는 대중적 작가임에도, 그동안 암묵적으로 터부시 되어 왔던 신비 넘어 무의 세계를 다루었다. 꽤 합리적 논조로 거북스럽지 않게. 그 명료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채사장님이 하셨구나!
하지만… 책을 덮을 때 든 나의 생각은… 이 영역은 역시 언어로 전달하는 건 한계가 있겠다는 것. 독자들이 문장을 좇으며 납득을 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체감하고 자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니까 무의 자리로 가는 여정에 대한 정보서 역할은 하겠지만, 그 자리로 이끌어주는 안내서는 아니겠구나.
이 책을 통해 채사장의 인기에 지각 변동이 생기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서 설명한 이유로,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돌아설 테고, 이 여정을 용기 있게 다루어준 것에 대해 도반 의식을 느끼며 더 애착감을 지니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는 당연히 후자이고, 그의 시도 덕분에 구도에 대한 담론이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면 좋겠다.
#지대넓얕무한 #채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