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혼자 있을 때보다 오히려 함께 할 때 외롭다.
같이 있어도 내 속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때,
내 생각, 신념, 관심사, 감정을 맘 편히 얘기하지 못할 때,
머릿속의 물길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안에서만 맴돌 때,
숨죽인 시간을 보내느라 온몸과 마음이 탈진해 버린다.
그래서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내고도 쓸쓸하고 공허한 걸음으로 돌아올 때도 많고
한 사람과의 커피에도 마음이 몽글몽글 행복할 때도 많다.
나의 우주를 기꺼이 받아주는 사람 앞에선,
온갖 흐름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낼 사람 곁에선,
마음이 다시 채워진다.
잔뜩 고여 있을 땐 방전되고
풀어내면 충전되는 이상한 마음의 배터리.
홀로 충만한 침묵의 시간이 또 다른 충만한 세상을 만나
서로 흘려보내고 섞이다 보면
어느새 마주 앉은 가슴과 가슴 사이에
더 깊고도 넓게 채워진 마음의 강이 넘실넘실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