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친구들과의 저녁자리에서 나눈 얘기다.
“얼굴이 건강해 보인다. 요즘 운동 열심히 하는가 봐”
내 나이 또래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 중에서 등장하는 운동이라는 것이 보통은 골프를 의미한다. 헤어지며 나누는 인사말, “언제 운동 한번 하자.”라는 것도 너 혼자만 즐기지 말고 가끔 친구도 챙겨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내가 본, 골프 20년 경력의 녀석이나 운동감각 있는 2년 남짓한 늦깎이 녀석이나 최근 필드 평균타수가 별반 차이 없다. 어떤 때는 더 잘 치기도 해서 바싹 약이 오르기도 한다. 골프의 경우는 기간이라는 것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테니스 클럽에서 이런 경우는 없는 듯하다. 혹, 젊은 시절 잠시나마 선수에 준하는 실력을 연마한 적이 없는 한.
뜻밖에 내가 테니스라는 운동을 새롭게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의야해 한다.
“그래?”
“너 나이에 쉽지 않을 텐데...”라는 걱정 어린 시선을 받는다.
옆에 있던 녀석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해 볼만 하냐?”라고 묻는다. 잠시 망설여진다. 운동신경이 특별히 뛰어난 편이 아닌 나의 지난 경험치로 평가한다면, 골프보다 테니스가 확실히 더 만만하지 않다.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녀석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모양인지라, 호기롭게 ‘해 볼만 하다’로 답한다.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고 나면 투자 대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테니스만 한 운동이 없어. 그리고 건강 측면에서 확실한 강점이 있는 진정한 운동이야. 너도 아직 늦지 않았어. 뱃살도 집어넣을 겸, 한번 시도해봐! 더 늦기 전에.”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날리는 고정 멘트인 셈이다.
하지만, 테니스 고수로 가는 길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딱 부러지게 뭐라 하지는 않지만, 스스로는 하수로서 겪는 열등감에서 벗어나려 무지 노력한다. 보통의 경우, 클럽 회원 누구든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고수인 회원과의 경기를 선호한다. 그래야 본인의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와이프의 배려로 금고를 털어 다시 용하다는 테니스 코치를 섭외했다.
“딱 3개월만 빡세게 레슨 받자.”
“그래서 이 못난 열등감에서 벗어나 보자.”
역시 나는 몸치인가 보다.
혼자 약속한 3개월이 다 되어 가고 있건만, 내 실력은 아직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며칠 전, 코치에게 진실로 내 실력이 향상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진짜 궁금해서. 근데 되돌아온 질문은...
“(수강생)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코치의 최종 답변은 지금까지 레슨은 지난 세월 (홀로 서기를 하는 동안) 흩트려졌던 기초를 다시 다져가고 있기 때문에 실력이 현격하게 향상된 것 같은 느낌이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좋아지고 있다는 무난한 총평이었다.
그날 저녁, 친구 녀석의 멘트가 생각난다.
“그냥 나는 자전거나 타련다. 그렇게 열등감이니 뭐니 하면서 코칭받을 일도 없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 묻는다.
“내가 테니스를 진짜로 즐기고 있는지?” 아님 “오기로 버티고 있는지?”
테니스 인생 3년 만에 찾아온 ‘테태기 (테니스+권태기)’ 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