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못났다
“참 못났다. 정말 찌질이 같다.”
밑도 끝도 없이 욕부터 하고 보니 속은 후련하다. 그의 못난 행동을 마주한 순간, 참을 수 없을 만큼 이 말을 뱉어주고 싶었다.
스포츠 활동이 그러하듯이 상대에 대한 배려는 기본이 되는 덕목이다. 테니스 볼은 작지만 경우에 따라선 타인에게 큰 상해를 입힐 수도 있다. 강한 스트로크나 스매싱이 건너편 상대방 몸을 향할 경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볍게는 몸에 ‘멍’이 들기도 하지만, 눈이나 얼굴과 같은 신체 부위가 맞을 경우 심각한 상해를 유발할 수도 있어서 서로 늘 조심한다.
테니스를 배우고 1년쯤 지난 시점이라 기억된다. 아직 숙달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잘해 보려는 의욕도 넘치던 시기였다.
고수는 볼을 상황에 맞게 강하게도 약하게도 컨트롤하면서 상대가 받을 수 없도록 빈 공간을 향해 볼을 친다. 반면, 하수는 그런 강약 조절이나 방향 조절이 맘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오로지 볼을 쳐야 한다는 생각뿐.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상대의 몸을 향해 강한 볼을 날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볼은 코트를 크게 벗어나 멀리 날아가지만, 그 날 그 볼은 의도치 않게 맞은편 사람을 향해 날아갔다.
“아이쿠, 미안합니다. 다치지 않으셨나요? 아프시죠. 어쩌죠?”
“괜찮아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좀 아프긴 한데... 곧 괜찮아질 거예요. 파이팅!”
큰 상처가 아닌 이상 보통은 서로 이해하려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가 친 볼의 고의성 여부를 직감적으로 안다.
‘그런데 고수인 그가 오늘 보여준 플레이에는 못난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혹시라도 맞을까 봐 겁이 난다. 이럴 경우, 만에 하나 상대편 몸에 볼이 맞는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반드시 시빗거리가 된다. 사람에게서 감정이 배제될 수는 없다. 그러나 흥분된 상태에서 경기에 참여하는 것은 반드시 삼가해야 한다. 경기도 제대로 풀리지 않을뿐더러 자칫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함께 경기하는 사람들은 분위기로 금방 알아차린다. 모두에게 결례이다. 그가 친 볼은 네트에 꽂히거나 아웃볼도 증가한다.
그는 경기에 들어서기 직전, 회원들로 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듯하다. 그가 먼저 코트에 들어섰지만, 경기하러 나서는 회원이 없는 어색한 분위기가 잠시 연출되었다. 누군가의 주선으로 경기는 시작되었으나, 그의 감정은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진정한 고수는 때때로 함께 경기하는 회원들의 경기력을 감안하여 즐거운 플레이가 될 수 있도록 경기 전반을 리딩 하기도 한다. 누구든 함께 플레이하고 싶은 사람이다.
만일 그가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다른 선택 (진정한 고수)을 했다면, 자신을 외면했던 사람들에게 오히려 진정한 승자로서의 모습을 각인시켜 주었을 것이다.
미루어 짐작컨대 그와 오늘 함께 플레이한 회원, 그 누구도 다음번에는 함께 경기하러 나서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악순환의 굴레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얼마간 지켜본 그의 언행에서 회원들이 기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는 타인의 시선이나 말에 지나치다 생각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문 칼럼을 읽다가 메모해둔 문장이 생각난다.
“필요 이상의 감정소비는 바보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