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비용을 분담해야 할 경우, ‘1/n 방식’에 동의하나요?
시원한 맥주의 유혹.
요즘 같은 더운 날,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한 후라면 특히 시원한 맥주가 절로 마시고 싶어 진다. 그래서 함께 운동한 분들과 운동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만들어진다.
“딱 생맥주 한잔씩만 가볍게 하시죠.”
“그러시죠”
언제나와 같이 시작은 ‘가볍게’로 출발한다.
이렇게 시작된 술자리는 하나둘씩 게임을 마친 다른 멤버들이 합석하게 되면서, 상황이 변한다.
이때부터 생맥주 주문도 경쟁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모두들 알고 있다. 이 자리에서의 술값 계산은 늘 해왔던 방식대로 ‘1/n’이라는 것을...
원샷이 외쳐지고, 자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려나 싶은 순간, 역시나 이프로가 또 호기롭게 새로 주문은 낸다.
“여기 생맥주 일곱 잔 더 주세요”
이런 술자리에서 나누는 화제의 대부분은 테니스장에서 벌어진 회원들 간의 이슈와 함께 때때로 인물 평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 아무개, 그 친구 참 이상한 사람이야. 내가 먼저 인사를 해도, 나 하고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아.”
두 사람 간에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가십(gossip)이 만들어지고, 끼리끼리 문화도 만들어져 간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자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게 된 순간, 계산서가 날아온다.
인당 2만원씩은 내어야 했고, 현금이 없는 나는 옆사람에게서 2만원을 꾸어야 했다.
잠자리에서 생각하게 되는 ‘2만원의 경제학’이다.
내가 함께한 자리에서 먹은 것은 ‘생맥주 한 잔 (4,000원)과 치킨 두 조각 (대략 2,000원), 합은 기껏해야 6,000원인데...
계산에 따르면, 저녁을 미쳐 챙겨 먹지 못한 허기진 중생들이 시킨 치킨 등을 제하고도, 그날 마신 생맥주만으로 인당 넉 잔씩은 족히 된다.
그렇다면, 테니스 실력도 ‘하수’고, 술도 못하는 나는 무리에 끼여있기 위한 참가비로 14,000원을 지불해야만 했다는 의미다.
그런 날이 타의에 의해 지속적으로 반복됨에 따라, 나는 그야말로 ‘봉’이 된 듯하다.
“이런 자리에서 지불하는 ‘1/n’이라는 방식이 정말 공정한가?”
내일이 힘들더라도 나도 생맥주 넉 잔을 마셔야 할까?
아님 내가 좋아하는 메뉴라도 눈치 보지 말고 시켜야 할까?
어차피 평등하게 분배할 텐데...
다음엔 ‘각자 마신만큼 돈을 내자’고 제안해보자.
하지만, 4명이 함께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왕따가 되어 있지는 않을지 또 다른 고민이 된다.
“눈치껏 살자.”
그런데 나를 가장 잘 아는 분이 평하는 나는 ‘참 눈치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