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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에 Jun 30. 2020

게임을 즐기는 현명한 사람

칭찬은 파트너를 신바람 나게 한다

내가 다니는 테니스 코트에서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의 본업은 참 다양하다. 회사원, 공무원, 교수, 은퇴자, CEO, 가정주부, 의사, 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활동하고 계신 분들로, 삶의 나이는 40대에서 60대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는 편이다.

사실 테니스라는 운동을 함에 있어서 사회에서의 본업은 무의미에 가깝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닌 성격은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다.
테니스 복식 게임에서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와 오늘 게임을 함께한 파트너, 김프로는 중년의 회사원으로 사회생활을 20년 이상 해온 사람이다. 테니스도 대학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하게 즐겨왔고, 실력도 상위그룹에 든다. 그는 땀 흘리며 게임을 함께 즐기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게임 중 내가 호기롭게 결정 샷을 날려 득점이라도 하게 되면, 엄지 척을 보이며, 곧바로 파이팅을 전해준다. 날아온 볼을 제대로 치지 못해 미안해하면, 손을 좌우로 흔들며, “상대편이 너무 잘 쳐서 그렇다”고한다. 이렇듯 게임 내내 적극적인 격려와 함께, 파트너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배려한다. 게임의 결과는 상대에 따라 이기기도 하고, 또 지기도 한다. 그러나 파트너와의 이런 교감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든다.

반면, 한 분야의 전문가로 제법 성공한 문프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복식 게임의 파트너는 그날 코트에 나온 분들 중에서 순서와 실력에 맞추어서 매칭 하게 되다 보니, 매 게임마다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볼을 치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파트너를 이해하고 서로 맞추어 가지 않으면, 경기 리듬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번 꼬인 실타래는 계속 꼬이게 마련이다. 당연히, 그날 그들의 게임은 잘 풀리지 않는다.    

나는 게임 중에 듣게 되는 파트너의 코칭을 잘 받아들이질 못하는 편이다.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으나, 아무리 좋은 코칭이라도 게임 중에 듣게 되는 지적은 나를 신나게 하지는 못 한다. 몸으로 하는 운동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행동이 습관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실수를 만회하려 억지로 무리한 움직임을 하게 되면, 오히려 실수도 많아지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게임을 대하게 된다.
반면, 파트너의 격려는 나를 좀 더 집중하게 하고, 또 100%의 실력을 발휘하게도 한다.

게임을 마친 이후의 모습을 보더라도 사뭇 다르다.

게임을 즐긴 김프로의 얼굴은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즐거운 표정이다.
문프로는 ‘패’ 한 이유를 파트너에게 설명해보려 하지만, 파트너의 마음은 이미 닫힌 듯하다.
 
프로나 아마추어 선수가 되려는 사람을 육성하는 차원이라면, 문프로의 코칭도 나름 훌륭한 코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겠으나, 동호회에서의 게임 중 코칭은 바람직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었던 친구마저도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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