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스포츠 레슨을 받아본 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하다. 코치의 말과 시범이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지만, 몸은 머릿속 그림과는 별개인 경우다. 이럴 때, 왠지 자신이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오늘은 복식경기에서 파트너와 함께 상대편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올바른 위치를 잡아야 하는가에 대한 레슨이었다.
보통은 ‘1:1 레슨 방식’으로 진행하지만, 코치의 스케줄에 따라 4명이 함께하는 ‘팀 레슨’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레슨 받는 사람들의 시작점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코칭에 대하여 동일한 수준의 이해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코치는 높이 뜬 볼을 상대방이 스매싱(smashing)하려 할 때, 수비해야 하는 쪽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파트너가 뒤쪽 베이스라인(base line), 당신이 서비스 라인(service line) 안쪽에 위치해 있고, 볼이 높이 떠 가서 상대편이 스매싱을 할 것으로 판단되면, 당신도 파트너가 위치하고 있는 뒤쪽 베이스라인까지 물러나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팀 연습이 진행되었을 때, 한 사람의 행동은 코치가 요구했던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코칭을 받은 지 이제 서너 달 정도 된다. 그런 그는 4명이 하는 복식 게임 요령을 익히는 것이 이제 시작인 듯했다.
게임의 진행이 코치가 이야기했던 상황으로 전개되었을 때, 그는 (상대편이 스매싱을 하려고 하는 순간까지도) 본인이 취했어야 할 행동에 대하여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코치의 지적이 있고서야 ‘아차’ 했던 모양이다.
동일한 상황이 팀 연습이 진행되는 동안에 두어 차례 더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코치의 질책(?) 수위가 높아지자, 그의 얼굴에는 ‘내가 참 바보스럽구나’라는 실망 어린 표정이 역력했다.
게임은 내가 생각하는 패턴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며칠 전에도 코트에서 복식 게임 중에 이런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게임의 생리상, 상대는 노출된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연이은 실책이 초래되자 평소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김프로의 표정은 ‘내가 참 바보스럽구나’라는 실망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고, 게임 내내 어두웠던 표정은 게임이 끝난 후에도 잘 풀리질 않았다.
김프로는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년가량 된 친구다. 그는 건강관리를 위해 꽤 열심히 운동하는 편이다.
나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실책을 했을 경우에 ‘바보같이’라는 혼잣말을 잘하는 편이다. 스스로 더 파이팅하자는 측면에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더 파이팅이 되지 못하는 것 같고, 오히려 게임 리듬을 잃어버린다는 느낌이 든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가 되면, 몸도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 같다.
운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
스스로를 기죽이지 말고 당당하게 게임에 임하자.
‘쿨’하게.
누구에게나 올챙이 시절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운동이라는 활동으로 인해 내 마음이 상처 받지 않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