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제 직장인의 웹 소설 작업 일기
왜 웹 소설을 계약하고 나면 자꾸 딴짓하고 싶어질까?
최근 정말 감사하게도 네 번째 웹 소설을 계약하게 되었다. 웹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는 1년, 출간 작가가 된 지는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쓰는 글마다 계약돼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매일 웹 소설 한 편씩을 1년 넘게 쓰고 있지만 그만큼 웹 소설도 엄청 많이 읽는다. 북 인플루언서 활동 때문에 다른 장르의 책을 읽기도 했지만 어느 때보다도 웹 소설을 더 많이 읽는다.
인플루언서가 된 뒤로 책은 다 협찬받아서 읽었고 밀리의 서재 구독 외에는 잘 구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신 웹 소설을 발 빠르게 읽기 위해 리디에 상당한 금액을 충전했다. 다행히 충전 금액은 블로그 광고 수익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또한 디리토에 꾸준히 연재하면 리디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00포인트도 매달 받아서 야무지게 결제했다.
나는 글을 쓸 때 그와 비슷한 장르와 분위기의 웹 소설을 읽어야 다음 장면이 잘 떠올랐다. 단, 절대 기존 작품을 따라 거나 모방하지 않았다. 내가 눈으로 훑었던 문장들이 나만의 언어로 튀어나올 때는 혼자 손뼉 치며 좋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는 이와 같은 루틴을 고집하고 있다. 아마도 웹 소설을 계속 쓰는 한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 글 근육도 붙고 많은 콘텐츠를 섭렵했기 때문에 이번 네 번째 웹 소설은 자신 있게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영부영 적었던 웹 소설과는 다르게 시놉시스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만들었다. 어떤 작가님은 시놉시스, 기승전결을 쓰지 않고 시작해야 글이 잘 써진다고 했다. 나는 반대로 시놉시스가 탄탄해야 글이 잘 써지는 스타일이었다.
완벽한(내 생각에만) 시놉시스 덕분에 89화짜리 웹 소설을 98일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심지어 중간에는 공모전에 참여한다고 시작한 소설, 2월에 출간 예정인 청소년 소설과 동시에 쓰기도 했다. 2주 정도 세 작품을 돌려 쓰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집에서 글만 썼던 것도 아니다. 하필 뉴스에 나올 정도로 심각한 일이 터져서 회사도 무척 바쁜 시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어떻게 버텼는지 대단하다.
아무튼 이 정도로 나의 네 번째 웹 소설은 애정과 정성으로 듬뿍 버무려져 있었다. 그런데 소설 중반을 넘어가도록 출판사 컨택이 없었다. 그럼 내가 문을 두드릴 수밖에.
내가 꼭 작업해 보고 싶은 출판사 열 군데를 골라서 각 출판사 서식에 맞춰 투고를 돌렸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주셔서 정말 기뻤다. 그중 한 곳과 계약까지 무사히 마쳤다.
그러고 나서가 문제였다. 웹 소설은 쓸 때가 가장 마음 편할 정도로 계약하고 나서가 진짜 시작이었다. 숨어있는 오타와 매끄럽지 못한 문장을 뜯어고쳐야 하므로 내 소설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다음에 어떤 장면이 이어질지 아는 지루함에 잠이 올 정도로 보고 또 봐야 한다.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웹 소설은 계약하고 출간까지의 일정이 아주 짧다. 그래서 나는 본업이 있기 때문에 보통 완결을 쓰고 나서 계약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네 번째 웹 소설은 완결을 쓰기 전에 계약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물론, 출판사에서 생각보다 넉넉하게 일정을 맞춰주셨지만 나 혼자만 완결을 쓰지 못해 불안했다.
내가 분명 계약하고 나서가 진짜 시작이라고 했다. 계약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이제 주인공들을 기분 좋게 보내줄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인지 바쁘게 살던 하루에 원인 모를 여유가 찾아왔다.
지금 찾아오면 안 되는 녀석이기도 했다. 나는 아직 완결뿐만 아니라 외전도 쓰지 못했으며 곧 발표날 공모전 결과에 맞춰 차기작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영상을 보면 주인공뿐만 아니라 장면 구석구석을 보고 기억하는 습관 때문에 영상을 보지 않는다. 유튜브, 숏츠, 릴스도 안 본다. 너무 피곤하므로. 그래서 내가 책만 읽는 이유도 그것이다.
한번 시작한 드라마가 어쩌다 내 취향이었다. 재탕 같은 건 절대 안 하는데 보고 또 봤다. 결국 주인공 배우에게 빠지게 되었고 그 배우 영상을 또 엄청나게 찾아봤다.
나의 일탈은 드라마에서 그치지 않았다. 웹툰까지 이어져서 또 열심히 봤다. 다행히 내가 쓰고 있는 장르와 비슷해서 이건 공부한다, 생각하고 볼 수 있었다.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다.
잠도 많이 자고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기도 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20대에 암 환자가 되고 나서는 인생의 1분 1초가 너무 아까웠다. 내일의 내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걸 싫어한다.
나는 쉬면서도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말을 되뇌었다.
어느 날, 그날도 가만히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순간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슴속 에너지가 가득 채워진 느낌도 들었다. 며칠간 글을 쓰지 않아서 오는 허전함에 당황했다. 분명 인생에는 글 쓰는 것 말고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겨우 일주일 글을 안 썼다고 허전해하다니. 마치 할 일이 몽땅 사라진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계약한 소설의 결말과 외전을 썼다. 정말 순식간에 써버렸다. 하루에 3,200자를 쓰면 더 이상 아이디어가 안 나왔는데 한참을 쉬고 다시 글을 쓰니 하루에 5,000자도 거뜬했다.
1년간 쉼 없이 달려온 나는 휴식이 필요했었나 보다. 너무 열심히 살다 보니 쉬는 방법을 몰랐다. 앞으로는 내 몸이 쉬고 싶어 할 때 불안해하지 말고 쿨하게 쉬어야겠다. 쉬고 나니 오히려 글이 잘 써지는 기적을 만났다.
나에게 조금의 틈을 내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