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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Dec 12. 2023

사업은 함께 달릴 사람이 필요하다

팀 빌딩 1

100km 울트라 트레일러닝을 달리며

새벽 6시에 출발해서 한라산을 두 번 오르락 내리락을 했더니 오후 4시가 되었다. 남은 거리는 40km다. 어려운 코스는 끝났지만 경기는 이제부터다. 몸에 피로가 축적되고 날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작년처럼 완전히 탈진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완주할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소보다 중력이 두 배는 더 세게 내 다리를 잡아당기는 듯했다. 85km쯤 갔을 때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나는 어두컴컴한 산속에서 바위에 주저앉았다. 힘들었다. 뒤 쫓아온 선수들이 지나가며 말을 건다. "괜찮으세요?", "Are you okay?" 나는 잠깐 쉬는 거라고 답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웠다.

    나에게 즐거운 달리기는 보통 10km 정도 까지다. 100km 대회를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개 극적인 경험을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 또한 혼자서 해내고 싶은 마음을 품고 대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대회 후반부가 되면 완주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뛰기 때문에 몸을 돌아보기 쉽지 않다. 나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힘들어 보여"와 같이 말하면 잔소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힘들어할 때 말을 걸어주는 것이 고마웠다. 필요하면 처음 보는 사람도 기꺼이 도와줄것 같았다. 다시 일어 나서 걸었다. 마지막 5km는 활기를 되찾고 힘차게 뛰어서 결승점에 들어갔다.

    난 언제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함께할 친구가 있을 때 고맙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날 도우려고 하면 '내가 약해 보이나?', '내 능력을 무시하는 건가?' 하는 식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무언가를 이루기는 매우 어렵다.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고, 타인의 도움도 물리치지 말아야 한다.


사업은 마라톤과 같다.

성공적인 사업 경영전략은 '단거리 전력질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흔히 말한다. 단기적인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생각하며 균형을 잘 잡으라는 뜻이다. 마라톤을 처음 달려본 사람들은 경쟁심리가 발동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린다. 대개 초반에 자기 능력보다 무리해서 질주해 나가기 때문에 후반부에는 너무 지쳐서 걷거나 완주를 못하기도 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그래서 마라톤 대회는 페이서(pacer)가 존재한다. 페이서들은 4:30, 4, 3:30, 3:00 같은 숫자가 쓰인 풍선을 매달고 뛴다. 선수들은 페이서를 따라가면 풍선에 적힌 시간 안에 완주한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또 한 가지 팁은 친구와 함께 달리는 것이다. 마라톤을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온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0km 정도가 위기다. 몸에 축적돼 있던 글리코겐이 다 소진되기 때문에 급격한 고통을 느낀다. 이 시기를 이겨내는 것은 같이 달리는 선수들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힘든데 계속 달리는 것을 보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사람들은 마라톤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달리면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닫는다. 모두 공통된 가치와 목적을 이루고자 단결하며 달린다. 최선을 다해 달리고 나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유대감이 쉽게 생긴다. 혼자서는 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도 함께 하면 가능하다.



잡스와 워즈니악

팀 빌딩의 중요성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공동창업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일 것이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1970대에 HP를 다니는 컴퓨터 엔지니어였다. 그는 인텔이 개발한 마이크로 칩을 사다가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동호회에 자기가 만든 것을 자랑하며 회도로를 공유했다. 워즈니악과 알고 지내던 잡스는 그것을 팔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동업을 시작했다. 잡스는 영업을 워즈니악은 제품을 개발하기로 분업했다. 워즈니악이 회로를 만들고 잡스는 플라스틱을 사 와서 일체형 패키지로 만들며 애플 1이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탄생시켰다. 두 사람은 나중에 갈라섰다. 그러나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애플이란 회사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에 일상이 많이 달라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사업을 긴 마라톤으로 본다면 우선 팀을 만들어야 한다. 신규 창업의 70%는 1명이 단독으로 창업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은 84%가 공동창업이었다. 단독창업보다 공동창업이 성공확률이 높다. 혼자서 창업을 하여 성공을 한 경우에도 그들이 공동창업자가 있었다면 더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동창업자는 감정적으로 어려울 때 공감을 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를 얻기 쉽고, 아이가 아프거나 우발적인 사고가 있을 때 보완해 줄 수 있다.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걸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동업자를 찾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친구/가족과 같이 강한 유대감을 갖고 힘을 합치는 경우다. 이 경우 응집력이 강하고 빠르게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다. 그러나 친구/가족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다양한 문제해결책을 찾지 못할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는 관계를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다. 둘째는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협업하는 경우다. 잡스와 워즈니악이 이런 사례이다. 강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정반대에 성향을 가졌다. 세르게이는 외향적이고 래리는 내향적이다. 세르게이는 수학을 잘했고 래리는 프로그래밍에 더 강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쳐서 구글 검색엔진을 개발할 수 있었다. 강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사업의 추진력을 얻으려면 비슷하고 잘 아는 사람끼리 동업하는 것이 낫고, 혁신을 일으키려면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동업하는 것이 유리하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혼자 설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도움을 청할 수 있을 만큼 용감해져라'는 말을 되새겨본다. 많은 창업자들이 혼자서 고군분투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더러는 혼자서 괴로워하는게 진정한 혁신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업은 마라톤과 같다. 함께 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더 빨리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



다음에 계속... 팀 빌딩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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