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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수도자 Jan 10. 2024

인간을 바꿀 두 가지 지식, AI와 생명공학

500년 역사의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유럽은 거의 1000년 동안 중세 암흑기를 거쳤다. 유럽을 근대로 전환시킨 촉매 역할을 한 것이 인쇄술이다. 1445년 구텐베르크는 성경을 찍어내서 돈을 벌기 위해 인쇄술을 개발했다. 우선 납으로 활자를 만들었다. 포도주를 만들 때 사용하던 압착기를 이용해 힘이 골고루 가해지는 압착 인쇄기를 만들고, 그을음으로 새로운 잉크를 만들고, 압력을 견디는 이탈리아산 종이를 찾았다. 이전에는 필경사들이 책 한 권을 필사하는데 2개월이 걸렸다. 이제는 1주일에 500권이 넘는 책을 인쇄할 수 있게 되었다. 인쇄술로 책 값이 매우 싸지고 유럽은 지식이 범람하였다. 출판물이 쏟아지고 신문사가 생겼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보를 얻을 때 소수의 통치자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식인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견해에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만든것은 성경 인쇄로 돈을 벌고 싶어서였지만, 의도와는 정반대로 종교 개혁이 일어났다. 유럽은 신을 중심으로 미신을 믿던 세계에서 이성의 시대로 넘어갔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유럽은 세계 지도를 바꿀 힘을 얻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디지털 기술에서 인공지능으로

인쇄술은 수백 년 동안 아날로그 방식으로 지식을 퍼뜨리고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이제는 모든 중요한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난다. 주위를 둘러보라. 잃어버리면 곤란하거나 불편해질 것들은 대개 반도체가 들어있고 소프트웨어로 작동될 것이다. 1971년 인텔이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였다. 애플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용해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1991년 월드와이드웹으로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다. 이때부터 일반인들이 각자의 컴퓨터를 소유하고 매우 낮은 비용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스마트폰의 탄생으로 디지털 혁명은 한층 높은 궤도에 올라탔다. 디지털기술은 인공지능으로 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자연 지능과 대비된다. 자연 지능 중 최고는 인간의 지능이다. 인간은 지능 덕분에 지구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인간의 지능이 한계가 있는 것과 달리 인공지능은 메모리와 연산력을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바둑 게임과 같이 미리 정해진 분야에서만 인간을 능가하는 약인공지능 weak AI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쏟아져 나오면서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강인공지능 strong AI이 가까운 미래에 출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기업, 정부는 미래를 선점하거나 최소한 뒤처지지 않으려고 기술을 수용하려고 애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로 여러 가지가 손꼽히지만 그중 가장 근본적인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그동안의 기술혁명들이 인간의 생활, 일, 놀이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듯이 인공지능도 그럴 것이다. 

유전자 편집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꾼 것은 다윈의 <종의 기원>이었다. "수십억 년 동안 생명은 다윈의 진화론을 따라 진보했다. 말하자면 DNA의 무작위적인 돌연변이, 그리고 자연선택과 번식에 휘둘렸다는 말이다." 중국의 허젠쿠이라는 생명공학 과학자가 한 말이다. 허젠쿠이는 2018년 세상을 뒤흔들었다. 게놈의 편집으로 HIV(에이즈)저항성을 얻게 된 쌍둥이를 탄생시킨 것이다.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기계를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처럼 허젠쿠이는 인간의 DNA를 코딩해서 HIV에 걸리지 않게 만들었다. 과학계는 경악을 했다. 2019년 말, 허젠쿠이는 불법 의료 행위로 3년의 징역형과 벌금을 선고받았고, 이후 평생 동안 생식과학 관련 분야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다. 

    2020년 프랑스의 샤르팡티에와 미국의 다우드나가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하였다. 두 사람은 2012년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기술을 공동 개발하였다. 유전자 편집 도구는 10억 년 이상 바이러스와 싸워온 박테리아의 바이러스 퇴치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박테리아는 DNA에 새겨 넣은 크리스퍼라는 반복된 염기 서열을 사용해 과거에 자신을 공격했던 바이러스를 기억했다가 재침입하면 즉시 파괴할 수 있다. 허젠쿠이가 바로 이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자 편집 아이를 탄생시켰다. 

    크리스퍼 기술은 최근에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되었다. 기술의 활용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병을 애초부터 막을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 편집과 관련돼서 가장 기대되면서도 두려운 것은 지능과 관련될 때이다. 유전자 편집은 특정 DNA를 편집하여 기억력, 집중력,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지능만 높은 것이 아니라 100m를 10초에 달릴 수 있는 근육을 가진 슈퍼인간이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퍼 기술은 인간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기술 혁명이다. 인공지능만큼 영향력이 크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누구나 사용가능한 기술

역사상 진정으로 세상을 바꾼 기술혁명은 보편적 활용성에서 비롯되었다. 전기, 인터넷, 스마트폰은 누구나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일을 자동화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스마트폰이 나온 초창기에 앵그리버드라는 게임이 출시되었다. 이 게임은 한 번 다운로드할 때마다 개발자가 1달러를 벌면서 스마트폰 어플 하나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몇 년 뒤, 인스타그램을 만든 두 명의 공동 창업자는 매출이 하나도 없는 회사를 1년 만에 페이스북에 1조 원을 받고 매각했다. 인공지능과 유전자 편집 기술(크리스퍼 기술)의 활용에 따라 새로운 승자와 새로운 패자가 탄생 할것이다. 

    인공지능과 유전자 편집은 새로운 보편적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금융, 제조, 건설, 유통, 서비스업까지 모든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개인, 기업, 정부는 인공지능으로 반복되는 일을 자동화하여 비용을 줄이고 더 생산적인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크리스퍼 기술은 최초의 유전자 편집 도구가 아니지만 혁명인 이유는 기술의 난이도가 낮기 때문이다. 허젠쿠이가 유전자 편집 아이를 탄생시킨 것에 놀란 것은 윤리적 문제 때문이지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조사이어 재이어라는 과학자는 '사람들은 이미 150달러짜리 현미경으로 인간 세포를 편집하고 있다. 중략... 배아를 주사하는데 필요한 도구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미량 주사기, 마이크로피펫, 그리고 현미경이 전부다. 온라인에서 구매하여 몇천 달러면 조립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기술은 평범한 대학원생 수준이거나 독학으로도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유전자 조작 식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고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서 점점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도 활용될 것이다. 


인쇄술로 촉발된 지식의 범람이 수백년에 걸쳐 세상을 바꿨다면 인공지능과 유전자 편집은 단 몇 십년, 어쩌면 몇년 만에 그런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기술의 잠재력이 큰 만큼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부는 기술의 육성과 도입을 장려하는 만큼 안전을 위한 규제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규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알고 있는 지식을 일부러 잊어버릴 수도 없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세상을 바꿀 기술혁명이 오고 있음을 인식하고 세세히 이해하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진부하게 들리지만 어려운 문제가 늘 그렇듯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육성과 규제에서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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