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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Feb 26. 2022

1일 1식 9일 버텼다.

단식과 자기 절제 그리고 freedom

 나이가 들면 식탐이 는다. 몸에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요즘 시도 때도 없이 먹는다. 음주와 군것질도 자주 한다. 달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다. 연료가 많이 필요해서 많이 먹는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아랫배가 항상 무거울 정도로 먹는다. 많이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간헐적 단식도 자주 했고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향했었다. <최강의 식사법> <당신의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노화의 종말>과 같은 책들을 읽으며 먹는 것에 대한 소신이 생겼다.

탄수화물은 몸에 가장 안 좋고, 지방은 나쁘지 않고, 적게 먹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


탄수화물 특히, 설탕처럼 정제 탄수화물은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난다.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인슐린이 분비된다. 당은 금방 떨어지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러면 다시 탄수화물이 당긴다. 빵과 과자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탄수화물 중독인 것이다. 반면, 지방은 혈당과 인슐린의 변화를 거의 일으키지 않고 몸에 연료로 쓸 수 있다. 지방은 탄수화물처럼 체내 염증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탄수화물은 사용되지 않으면 간에 저장되어 있다가 지방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살이 찌는 원인이다. 이것이 저탄고지 식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논리이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가 쓴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에서는 오래 사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한다. 그중에서 오래 살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적게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으면 미토콘드리아에 텔로미어라는 부분이 살아난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텔로미어라는 부분이 닳아 없어지며 유전자 정보가 손실되기 때문에 노화가 일어난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늙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늙는 것을 완전히 멈추지는 못해도 지연시켜서 더 오래 활력 있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간헐적 단식이 하나의 방편이다. 적게 먹고 가끔씩 굶으면 더 활력이 생기고 더 오래 산다.


생로병사는 진리이다.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은 6년간 극도의 고행을 했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사람은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누구도 이 순리를 거스를 수 없으며 부처님도 80세의 나이에 열반에 드셨다. 당시 부처님은 6년간의 수행 동안에는 거의 먹지 않고 죽음에 문턱을 넘나들었다.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오전에만 식사를 했다. (오후에 먹지 않는 것을 오후불식이라고 하며 남방불교 스님들은 여전히 오전에만 먹는다.) 부처님도 80세까지 사셨으니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장수하셨다. 음식을 적게 먹은 것이 오래 살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본다.


간헐적 단식을 2년 했다. 16:8로 먹는 시간을 지키면 된다. 하루 공복 시간을 16시간 이상으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아침을 굶거나 저녁을 먹지 않으면 된다. 나는 원래 아침을 잘 먹지 않았다.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16시간 공복 유지는 3일까지 할만하다. 패턴은 이렇다. 월, 화, 수 까지 저탄수화물로 간헐적 단식을 한다. 목요일이 되면 달달한 것이 먹고 싶어 지는데 간신히 참는다. 금요일이 되면 16시간 공복을 지키지 못하고 폭식과 음주를 한다. 토요일에는 세끼를 다 먹는다. 일요일부터 다시 먹는 양을 줄이고 간헐적 단식을 한다. 이 정도로만 해도 체중유지는 문제가 없었다. 간헐적단식을 하는 동안 감기 한번 걸린적 없었다. 달리기를 하기 전까지 이 패턴을 유지했다.


1일 1식에 도전하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데드리프트 선수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흑인 선수였는데 데드리프트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보디빌더처럼 몸이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군더더기 없는 근육질 몸매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고 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였다. 댓글들을 훑어보니 선수이면서 박사학위도 있다고 해서 더 놀라웠다.

    2010년대 초반에 1일 1식 책이 유행했었다. 일본인 의사가 쓴 책이었는데 읽어보지 않았고 그냥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데드리프트 엘리트 선수가 1일 1식을 한다니까 허튼소리 같지 않았다. 검색을 해 보니, 우리나라에는 청화 스님이라는 존경받는 스님이 계셨는데 40년 동안 하루 한 끼만 먹었다고 했다. 마치 부처님처럼 자기 절제를 한 것이다. 하루 한 끼만 먹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고 먹는 시간을 아껴서 더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는다니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인가? 유튜브에서 1일 1식을 한다는 사람들 영상을 몇 개 더 찾아봤다. 전부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직접 실험해 보고 싶었다. 그 때 간헐적 단식은 하고 있는 상태였다.

    1일 1식을 하며 운동도 할 계획이었다. 푸쉬업과 플랭크 같은 온화한 운동이었다. 에너지 소모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나는 하루 1시간 동안만 먹고 나머지 23시간 동안은 공복을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은 못할 것 같고 일주일은 짧았다. 2 주일 동안만 1일 1식을 하기로 스스로와 타협했다. 1일 1식을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일주일은 매우 힘든데 그 고비를 넘기면 적응된다고 말한다.  


9일 간의 1일 1식

1일차:- 점심 한 번만 먹었다. 약간의 맨몸 운동을 했다. 배가 고팠다. 예상했던 일이고 그냥 참았다.

2일차:- 심한 공복감을 느꼈다. 그래도 밥을 먹기 전에 운동을 했다. 밥을 먹을 때 가능한 많이 먹었다. 한 시간 동안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잔뜩 먹었다. 1일 1식을 계속 할 수 있을것 같았다.

3일차:- 아침에 일어서니 힘이 없었고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참고 견디다가 점심을 아주 크게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짧은 운동을 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증이 생겼다.

4일차:- 아침에 커피를 잔뜩 마셨다. 원두를 갈아 드립 했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칼로리는 없었다. 운동 하는게 고통스러웠지만 참고 했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잠깐 잤다.

    5,6,7일차도 비슷했다. 배는 고팠지만 참았고 짧은 운동을 했다. 불면증이 계속 되었다.

    일주일을 넘겼는데 몸은 적응 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불안감이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일에 집중이 안 되었다. 밥을 먹기 전에  자가 혈당 측정기를 꺼내서 재보았다. 혈당이 61이었다. 저혈당이었다. 그래도 중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열흘이 지나서 적응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실험을 계속했다.

 

굶는 것은 자기절제력이고, 고통은 위대하다  나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증거를 찾아봤다.

부처님은 보수리 나무 아래에 앉아서 28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명상을 해서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 절제와 고행이 필수인 것은 아닐까? 역사상 위대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고행을 겪지 않았던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대 위에 올라갔다가 사형 받기 5분전에 감형 받았다.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3년을 살았다. 위대한 소설을 쓰면서도 평생 도박 빚을 갚느라 말 그대로 굶주렸다. 소설 '죄와 벌'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고통은 위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고픈것 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있는가?

    현대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손꼽히는 반 고흐는 살아있을 때 그림을  단 한 점밖에 못 팔았다. 평생 가난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에 걸려 자신의 귀를 자르고 마침내 자살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사랑 받는 화가이다. 고통이 창의성에 원천이 될 수 있을까?

    프랑스의 지성으로 불렸던 사르트르도 전쟁을 겪으며 고통받았다. 전쟁 후에도 평생 집을 소유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자유라고 말했다. 진실된 인간이란 자신과의 끊임없는 불일치요 그 자체가 결핍이자 불안이라고 했다. 사트르트도 소유하지 않았고 배고픔을 겪었다.

    1일 1식을 하는 것은 나의 자기절제력을 실험하는 것이고 내가 나를 절제 하는 것이 자유이다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배고픔에 고통을 견디는 나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겼다.

 

8일차:- 몸에 아무런 힘이 없었다. 저혈당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9일차:- 팔일째와 똑같았다. 잠자리에 누워서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일차:- 아침에 일어났는데 커피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집 아래에 있는 세븐일레븐은 7시에 문을 연다. 오늘 하루만 채우면 십일 동안 1일 1식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간편식 코너를 둘러보았다. 내 기준에서 먹을만한 음식이 없었다. 작은 편의점 내부를 두어 바퀴 돌아다 결국 설탕이 듬뿍 들어갔을 거 같은 작은 케이크를 골랐다. 맥주도 작은걸 하나 들어서 계산했다. 나의 실험은 여기서 끝났다. 케이크는 너무 달고 맛있었다.

구일간 '먹기'라는 본능에 불복종하고 자유를 누렸다.


계획했던 이주일은 못채웠다. 1일 1식은 일주일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혹시 앉아서 명상만 한다면 더 오래 했을지도 모른다. 한 끼만 먹어서는 몸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았다. 1일 1식을 한다는 한 유명 연예인은 20:4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었다.  20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4시간 동안 먹는다. 그러나 굶는 동안에는 각종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먹고 있었다. 세상에는 보충제 없이 순수하게 1일 1식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1일 1식을 지속하는것이 불가능은 아니라고 본다.


1일 1식을 실험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간헐적 단식은 차츰 잊혀졌다. 하루 세끼를 먹는 것도 모자라 끊임없이 군것질할 것을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식하는것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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