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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Apr 10. 2022

왜 또 자격증 시험을 봤을까?

발버둥치는 인생

 일요일 아침 새벽 6시에 잠이 깼다. 어제저녁 오랫 만에 맥주를 마셨고 기름진 음식을 먹은 탓에 속이 불편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누워서 유튜브를 켰다. <포아송 분포>를 검색했다. 대학교수의 강의가 있었다. 그리스 문자 람다가 나오는 해괴한 수식인데 그 의미를 풀어서 설명 해준다. 25분짜리 영상을 재밌게 시청했다. 어제 본 시험에서 <포아송 분포> 문제를 틀렸다. 이런 문제는 안 나올 거야!라고 생각하며 제꼈는데 시험에 나와서 당황했다. 총 80문제였는데 30% 정도는 확실히 아는 문제였고 50% 정도는 긴가민가 고민하며 풀었고 20% 정도는 아예 몰라서 고민도 없이 찍었다. 60점을 넘겨야 하는데 58점 정도 나올 걸로 예상한다. 어제 새벽에 일어나 KTX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시험을 본 것 치고는 결과가 좋지 않다. 


 3 주 전 빅데이터 분석 기사 시험을 접수하고 수험서를 샀다. 하루에 2~3시간씩 매일 공부했고 책을 1 회독했다. 보통 기사 시험 볼 때는 그 정도 공부하면 붙었다. 통계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빅데이터 분석도 조금 하면 붙을 줄 알았다. 다른 수험자들도 이번 시험이 한결같이 어려웠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험자들은 취업준비생이거나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들이다. 요즘 뭘 하든 빅데이터 기반이란 말이 붙는다. 빅데이터를 해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다. 불합격해도 상관없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아슬아슬하게 떨어질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앱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왕 공부하는 김에 자격증도 취득하려고 했었다. 지난 2년 동안에만 7개의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했다. 예전 직장동료가 내게 안부를 묻다가 자격증 따는 게 취미가 됐냐고 물어봤다.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집중을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 자격증 때문에 통계와 코딩도 공부해야 하고, 달리기도 하고, 주식도 해야 하고, 인스타그램에 사진도 올리느라 바쁘다. 하루 일과 중 사업을 구축하는 일은 시간 남으면 하는 일이다. 물론, 자격증 공부보다 사업 구축이 최우선 일과가 되어야 정상이다. 자격증을 취득해서 그걸로 취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며 따로 활용할 계획도 없다. 자격증을 취득하다 보면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자격증이 있으면 해당 분야에서 최소한의 지식은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3년 전 마지막 직장을 나올 때 겨울이었다. 그 해 4월은 마지막 실업급여가 나오는 달이었다.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참으로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이력서를 대충 썼는데 지원할 만한 곳은 없었다. 유럽에 있는 여자 친구한테 전화해서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했는데 반응은 시큰둥했다. 목표가 없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걸어 다니며 헤매는 느낌이었다. 사회에서 이대로 영원히 낙오되는 것 같았다. 

 다시 4월이 된 지금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여전히 사회에 책임 있는 구성원이 된 것 같은 소속감은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때처럼  막막하고 답답하진 않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업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식으로 수익도  좀 냈다. 꾸준히 달리기를 해서 건강에도 자신이 생겼다. 또 한 가지는 2년 간 경영지도사, 행정사, 가맹거래사, 기사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했는 점이다. 자격증은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활동을 해야 정상적인 인간으로 취급받는다. 정상이 되려고 애쓴다. 살아간다는게 무언가가 되려고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일 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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