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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안 Apr 02. 2022

위험 회피자의 위험 감수

창업, 선택의 어려움

 은 ETF를 1천만 원어치 샀다. 요즘 은 값의 변동성이 크다. 금요일에 사면서 월요일에 조금이라도 오르기를 기도했다. 사자마자 떨어진다. 월요일이 되면 또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이미 이전부터 금과 은에 걸어둔 돈이 꽤 되는데 며칠 새 계속 하락세라서 반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1천만 원 물타기를 했다. 월요일에 다시 오를지도 모른다. 시세를 확인하면 또 팔고 싶어 지기 때문에 관심을 끊어야 한다. 다음 주 금요일까지 일주일 동안 만이라도 시세를 안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High risk, high return> 위험을 감수해야 보상이 생긴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곧잘 하는 말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결과는 극적이다. 많이 벌거나 많이 잃는다. 저위험으로 분류된 상품에 투자하면 잃을 가능성도 적지만 많이 벌지도 못한다. 저위험이면 누구나 사려고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을 들었다. 그리고 성공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위험 감수를 하며 모험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위험을 감수한 것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도망친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나는 젊었을 때 직장을 몇 번 옮겼다. 직장을 옮긴 것은 더 많은 봉급을 받거나 커리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현재 직장이 늘 싫었다. 그래서 다음 직장이 정해 지지도 않았는데 사표를 썼다. 그리고 처음 두서너번은 다시 재취업 금방 성공했고, 심지어 좋은 조건이었다. 이제는 중년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취업은 안되기 때문에 창업을 시작했다. 사업자등록을 낸 지 1달이 넘었는데 매출은 0원이다. 금전적 투자는 100만 원도 안 했다. 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지 않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돈은 안 썼지만 놀지는 않았다. 자영업자의 세무와 법적 의무 등에 대해 책으로 공부하고 있다. 상표권도 등록 중이다. 가장 시간을 많이 쏟는 것은 쇼핑몰을 스스로 구축하는 일이다. 디자인 감각과 능력이 부족하지만, 다음주 중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쇼핑몰을 론칭할 생각이다. 우선은 운동 관련 상품을 유통하려고 한다. 내가 자주 쓰는 운동용품들의 생산자를 알아냈다. 중국에 있는 공장 몇 군데에서 샘플을 4종류 구입했다. 2종류는 운동 측정 소형 전자장치이다. 좋은 상품만 찾아 팔면 되는 줄 알았더니, 수입을 신고하고 안전 인증을 받는 절차가 있다. 제품 원가는 3~4만 원인데 안전 인증 비용은 2~500만 원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한 제품에 안전인증 비용을 최소한도로 잡아 200만 원인 경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200개는 팔아야 한다. 다른 비슷한 제품들도 많은데 200개를 팔 수 있을까? 불확실하기 때문에 안전인증받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제품에 블루투스 기능이 있다는 이유로 수백만 원짜리 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정부 정책이 거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손실을 몹시 싫어한다. 주식을 할 때 손실이 나고 하향세가 뚜렷하면 그 즉시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패배를 인정하기 싫기 때문에 도박을 거듭한다. 은 상품에다가 추가적인 돈을 걸은 것은 비합리적인  자아가 발동된 것이다. 나의 자아가 큰 위험이다.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될 확률은 0이다. 

 큰 위험을 감수한다고 해서 항상 큰 보상을 얻는 것은 아니다. 직장을 그만 두면 큰 위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좋은 직장에 가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일찍 하는 것도 큰 위험이다. 일찍한다고 해서 항상 더 좋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일찍 하면 배우자의 성격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오히려 나이 들었을 때 결혼하면 두 사람이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 있어 안정적인 결혼을 할 가능성이 있다. 창업은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생활보다 위험이 크다. 큰돈을 번 사람들은 창업을 한 사람들이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영세하고 직장인보다 소득이 적다. <High risk, high risk>는 그때 그때 다르다. 그리고 위험은 언제나 감수해야 한다. 미래가 완전히 정해진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를 하기로 결정하는데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위험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느냐가 문제이다. 주식이 변동성이 크고 위험하다고 은행 적금만 들을 수는 없다. 위험하더라도 잘 아는 산업이나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하고, 뉴스를 보며 위험 요소를 예측하고, 자신이 비합리적인 것을 알고 미리 원칙을 세워야 한다.


창업을 시작한지 2달 차가 되어 결정해야 할 일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쇼핑몰을 직접 만들고 있다. 돈을 써서 외주를 주고 쇼핑몰을 빠르고 예쁘게 만들어서 빨리 론칭하는 게 유리할까? 제품 안전인증 비용 200만 원을 쓰고 제품을 대량 매입해서 재고 부담을 지는 대신, 독점적으로 판매를 해야 할까? 하루에 달리기하고 운동 전후로 2~3시간을 쓰고 있다. 운동 시간을 줄이고 사업을 구축하는데 집중해야 할까? 앱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침에 일어나면 3시간씩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 이것도 돈을 써서 외주를 맡기는 게 나은 선택일까? 경영지도사, 가맹거래사, 행정사 같이 이미 취득한 자격증을 활용해서 돈을 벌려고 애써야 할까?

 너무 많은 일들을 벌리고 있어 모든 일에 진척이 느리다. 만사에 대비하려고 하면 모든 것에 약점이 생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에 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단 말인가. 위험을 감수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좋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먼저 목표가 분명해야 위험을 선택을 할 수 있다. 목표 선택은 내게 최대한 유리하고 보상이 큰 일이어야 한다.


다시 질문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나는 무엇을 원하나?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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