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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새월 May 26. 2024

만물상


누군가의 눈을 바라봤다

그 눈은 찌그러졌다


철창을 사이에 둔 우리

가려져 양분된 눈동자의 주인

그는 달팽이처럼 믿음직했다


패각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이것저것 꺼냈다

뭘 넣었는지 도저히 모르겠는 미제 초콜릿

누구에게 보낼지 쉽사리 정할 수 없는 편지지

너무나 간절하고 아름다운 여자 나체가 담긴 잡지

이미 충분한 단도까지


달팽이는 말했다

자기는 뭐든지 구할 수 있다고


딱히 갖고 싶은 건 없다


그럴 리 없다며 나중에 다시 보잔다


좋을 필요도 없다

더 애틋한 아이들을 데려다줄 테니

뭉클할 마음을 준비하란다


그는 분명 만물상이다

느릿느릿 언제 멈출지 모르겠구나


다시 그의 껍질을 볼 수 있으면 분명 그는 만물상이다

정말 미안하구나


내가 꽉 쥐고 있는 총구는 나를 찾아와 달라고 알려주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민달팽이어도 좋으니


다음엔 온전한 눈동자를 볼 수 있기를

보여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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