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뾰족했던 신축년이 드디어 간다.
임인년도 여전히 어둡고,
희망을 내재한 채로 아직 춥겠지만
인간이기에
올해는 다를 거란 희망을 품어본다.
새해엔
유배당한 마녀보다는
웃음 짓는 여신이 되기를.
합당한 사람에게
천천히 스며들듯
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내어줄 것.
마치 농사를 짓는 것처럼
물을 주고 밭을 갈 것.
외롭다고 불장난에 빠지지 말 것.
안 그래도 물기 없이 말라빠진 마음에 불을 지르면
며칠은 아름답게 활활 타오르겠지만
결국엔 몇 안 남은 씨앗까지
다 사라질 수 있음을 꼭 기억할 것.
자주 보지 못하는 두 아이에게
있는 힘껏 사랑을 줄 것,
아이가 아이라서 무심코 건넨 투정에
상처받지 말 것.
그리고 두 딸을 볼 수 없을 때엔
곁에 있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그 사랑을 나누어 줄 것.
새해엔 더 다정할 것.
배려할 것.
사람들은 그 모든 걸 받고도
돌아서서 질투나 험담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것까지
안아줄 것.
내가 조금 손해 볼 것.
부장으로서 열심히 일해볼 것.
큰 성과가 나지 않아도
그저 처음 그 자리를 완수해냈다는 기쁨을 누려볼 것.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욕심내지 말 것.
다른 이로 인해 때로 과거의 상처가 살아 움직이면
눈치 보지 말고 누구에게라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
여기까지 온 자신을 대견해할 것.
잘 해왔어. 수고 많았어.
길었던 이혼이 드디어 마무리되는 데에 감사할 것.
살아남아 이 모든 걸 하고 있음에,
임인년 소망을 말하고 있음에
감탄할 것.
별로 기대되지 않는 한 해라 해도
어쩌면 때로 신나는 일이 있을지도 몰라.
가보자. 어떻든.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