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고민했었는데
신년을 맞아 나도 영주의 초가 있는 신당에 초를 켰다.
처음 켜는 거라 축원 의식을 해주셨다.
“나 하는 동안 뒤에서 기도해.”
“그냥 마음속으로 빌면 되나요?”
“응. 그럼 돼.”
처음에는
‘언제 괜찮은 사람 만나나요?’
부터 ‘아이들 건강하게 해 주세요.’, ‘거기서 잘 지내게 해 주세요.’ 하다가
‘올해 부장 자리 맡아서 잘하게 해 주세요.’
하다가
‘아니다. 그냥 죽지 않고 살게만 해주세요. 살아가게만 해주세요.’
하다가 나중에는
‘이제껏 제가 잘못한 일 이번 생에서 모두 갚고
다음 생에는 태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남은 살아가는 동안 더이상 다른 사람 가슴에 상처주지 않고 살게 해 주세요. 이제 아무 죄도, 아무 잘못도 짓지 않고 남은 세월 잘 살아서 깨끗해진 채로 윤회하지 않게 해 주세요.’
라고 빌어졌다. 빈 게 아니라 그렇게 빌어졌다. 생각보다 앞에서 마치 주문을 외우는 듯한 의식의 시간이 꽤 길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저절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나는 결국, 죽어도 다시 환생하게 될까 봐 죽지 못하고,
다시 태어나지 않기 위해
남은 생을 잘 살겠다고 신 앞에서 다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아직 힘든 셈이었다.
살기가.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으로 사니
도 닦는 것 같고 좋은데, 왜. 싶을 때도 있다. 누구를 미워하고 싶지도 않고, 굳이 싸우고 싶지도 않아서 말이다.
이제 아이들보다 내 걱정을 많이 하는 소리를 듣고 거기 계신 할머니 신이 욕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가끔 와서 울고 가라는 말씀.
슬픔이 안으로 곪고 곪아서
어느 날 한 번에 터질까 많이 걱정된다는 말씀.
자꾸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찾아오라고 하셨다.
그 말만으로도 감사했다.
태어나서 기쁘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잘 죽어 다시 태어나지 않기 위해 사는 삶이라니,
나도 참. 도인이 따로 없다.
다시 내가 속세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욕심 내고, 싸우고, 괴롭히기도 하는.
이제 그런 건 못할 것 같은데. 이미 정량을 다 해 버려서.
레테의 강에서 모든 기억을 씻고
부디 영혼으로만 남은 채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바랍니다.
... 태어나 사는 것이 이다지도 고달프고 힘이 들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