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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Oct 18. 2022

엑스에게 더 이상 가스 라이팅 그만하라고 문자 보냈다.

 처음부터 그의 주민등록등본을 보려던 건 아니었다. 

 지난주 토요일, 카톡이 먹통이 되면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영상통화를 하지 못했다. 일요일에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아 월요일에 

 - 언제 통화 가능한가요?

 라고 엑스에게 물었더니

 - 면접교섭은 해주고 있고 앞으로 법원에서 정하지 않은 영상통화는 안 해줄 생각이야. 나에게 영상통화를 요청하기보다는 네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1박 2일 있는 게 맞는 것 같네.

 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언제는 정신 나간 여자라고 매도를 하고 몇 개월 동안 아이들 얼굴도 보여주지 않더니, 이제와 모성 운운하며 저따위 반응을 보이는 게 가소로웠다. 법원 판결 난 지가 언젠데 이제 와 판결을 따지는 것도 웃기고. 면접 교섭은 기본적으로 상호 협의를 바탕으로 하지 강제 사항이 없다.

 

 영상통화를 어제 오후 내내 걸었지만 아무런 답이 없길래

 -됐다. 그냥 하지 말자. 난 너 진절머리 나게 싫으니까 앞으로 문자 하지 마.

 라고 보내고 카톡 차단해버렸다. 아이들은 안 보면 된다. 어차피 내가 키우지도 않고 있는데, 뭐. 면접 교섭을 계속 안 해주면 법원에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아니, 그냥 안 보면 된다. 

 이혼한 마당에 저렇게 까지 지긋지긋하게 못살게 구는 저의가 궁금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들 주민등록등본을 떼보고야 알았다. 저 인간이 왜 저렇게 비리비리하게 구는 지를. 


 아이들이 사는 곳의 세대주는 엑스의 대학 동창이었다. 무슨 돈으로 원래 살던 곳 근처에 집을 얻었나 했더니, 그 동창의 집이었다. 세를 어떻게 내고 있는지는 몰라도 깎아달라고 사정을 했을 것이 뻔하다. 그렇게 빌붙어 살고 있으니 나에게 화가 날 수밖에. 아이도 키우지 않고, 집을 가지고, 여전히 직장에 잘 다니며, 연애도 곧잘 하는 내가. 부러울 수밖에.

 하지만 자기가 자초한 일이 아니던가? 그렇게 사람을 못살게 굴어놓고, 나에게 아이를 키우지 못한다고 온갖 욕설을 하더니 꼴좋다. 내가 언제 여기로 다시 오라고 했던가? 마음대로 혼자 올라와놓고 이제와 일 년 넘게 지속된 약속을 바꾸려고 엄마가 어쩌고 하면서 지랄이다.


 피구 게임에 진 초등학생이 이긴 상대에게 이런저런 사소한 핑계를 대며 시비를 거는 모습과 엑스의 모습이 뭐가 다른가. 똑같다. 패잔병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 큰 발자국으로 밟아 비틀어 짓이겨버리고 싶지만 아이들 아빠이므로 참는다. 도대체 너는 무슨 생각으로 자꾸 아이들과 엄마와 연락을 끊는 거냐고, 그게 내가 아이들 보는 시간과 무슨 관계냐고 답을 보내며 마지막에 이 말을 했다.

 - 더 이상 가스 라이팅 하지 마라.


 그렇게 적어서 보내는 순간, 그의 그간의 행동은 가스 라이팅이 되고 그가 이제껏 한 짓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의 그런 행동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겼고, 그는 그것이 분하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계속해보았자 그를 잡아먹기만 할 것이다.

 네가 병신이라면 계속 그렇게 살던가.

 넌 병신이니까 그럴 만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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