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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Oct 30. 2022

Pray for Itaewon

이렇게 좋은 날인데

해가 잠시 진 사이 백오십개의 어린 목숨이 사라졌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죽고나서 누군지 확인을 위해 분장을 지워야 했다는 얘기,

키와 몸이 상대적으로 작은 여자가 더 많이 죽었다는 얘기,

CPR을 하느라 진이 다 빠진 주변 사람들,

그리고 더이상 CPR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시체에 표시된 'NO'라는 글자.

사고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굉음이 귓가에 려오는 듯합니다.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다가

처음에는 없는 줄 알았는데 몇 개 있네요.

같이 슬퍼하기.

모든 이의 사연을 하나하나 들어줄 준비.

"그러니까 너희 거기 갔어?"라고 몰아붙이지 않기.

그저, 함께 조금씩 나아질 때까지

슬퍼하겠습니다. 더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될 때가 될 때까지. 이만하면 충분히 애도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가을날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도 마땅한 목숨은 없습니다.

사라지지 말았어야 했던

오늘 같이 청명한 가을 공기를 숙취와 함께 들이마심이 마땅했던 수많은 대한의 젊은이들을 애도합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좁은 골목길이 아니라 넓은 길에서 편안하게 뛰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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