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희 Nov 12. 2022

겨울 준비

퇴근 시간 무렵 해가 뉘엿뉘엿 지면

이제 곧 겨울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교정의 큰 은행나무

우수수 잎사귀 떨어지며

그 밑에서 아이들과 에델바이스를 리코더로 불었다.

매 시간마다 안 불고 까불던 남학생도 이제 앞 소절 정도는 혼자 불 수 있게 되었다.

낮에는 아직 따뜻해서 외투를 벗어야 했지만,

나는 안다. 우리의 일 년이 다 되어감을.

교실에 와 미소 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면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편안하고 싶은데,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헤어질 준비를 해야한다.

매년 이별하고, 새로 만나는 게

교사의 일인 것도 같다.

이제야 겨우 너희가 있는 그대로 보이는, 아쉬운 선생님 마음을 아이들은 알까. 

이전 11화 만국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